[숨겨진 포탈들] 숨겨진 인연들 열하나에 둘,

in #stimcity19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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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님, 늦었어요. 좀 더 빨리 오셨어야죠. 헉헉"



요새에 도착한 시리우스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텅 빈 요새를 바라보고 있는 마법사에게 말했다. 날개가 돋아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마법사는 아직 비행에 서툴렀다. 게다가 수아를 매달고 날아오르는 일은 몇 배나 어려운 일이었다. 아찔한 비행을 반복하다 겨우 도착한 요새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주선은 수아의 불길이 옮겨붙을까 봐 빠르게 이륙해 버린 것이다. 수아의 불길은 어느새 잦아들어 손끝에서만 타닥타닥 불꽃이 일고 있었다.



"이런, 어쩌지? 이번에는 꼭 이동을 했어야 하는데. 이 지겨운 세상을 더 감당해야 한다니..."



마법사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어렵게 찾은 스타게이트였다. 이번에는 이 지긋지긋한 21세기를 탈출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하지만 조건은 까다롭고, 아무도 모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포탈을 찾아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선의 이착륙 시간을 맞추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동행이 없으면 탑승할 수 없다는 조건은 그보다 몇 배나 더.



"아무리 동행이 없으면 탑승이 불가하다고 해도, 십자군의 장수를 데려오시면 어떡합니까? 우리 모두 불에 타버릴 뻔했다구요."



시리우스는 마법사에게 몹시 화가 난 듯 말했다. 약속 시간에 늦게 나타난 것도 불만인데 사전 협의 없는 동행자를 불쑥 데리고 나타난 마법사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미안합니다. 시리우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몽세귀르의 스타게이트는 순교자들의 포탈이라, 속죄자를 데리고 가지 않으면 탑승이 거부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요, 마법사님. 적절하지 못한 선택이셨어요. 오히려 속죄자가 나타나니까 우주선이 화들짝 놀라 급히 이륙해 버린 거 아닙니까? 십자군의 장수라니 말이 됩니까."



시리우스는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흘깃 수아를 노려보았다. 수백 명의 공동체를 화형대에서 불태워 죽인 십자군의 장수라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장본인이 아닌가.



수아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흘깃 바라보는 시리우스의 눈에서 이 요새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투와 항전, 점령과 협상, 거절과 선고. 그리고 화형대로 나아가는 사람들. 자신은 공동체를 파괴한 장본인이었던 것이었다.



"아, 그게 바로 저였단 말이죠? 지난 생에, 제가 공동체를 파괴한 그 장수였단 말이죠?"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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