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포탈들] 숨겨진 인연들 일곱,

in #stimcity2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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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반말해도 돼요?"



엄마는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았다. 암스테르담에서,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엄마에게 말을 놓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반말이 하고 싶어졌다.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에게 반말을 한다. 그러나 아이는 그간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 온 것이다. 존댓말 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왜, 그동안은 반말을 하지 않았니?"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어색하지 않기 위해서, 아니 상실감을 줄여보고자 존댓말을 해왔다고 말했다. 존댓말은 남에게 하는 말이다. 반말은 친밀한 사이에서 하는 말이다.



아이는 엄마를 견뎌냈다. 자신의 엄마라면 할 수 없는 말들, 행동들. 그건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것일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아이로서도, 자식으로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것은 야단도 잔소리도 화도 아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한 번도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낸 적이 없다. 엄마는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고만 있었다. 아이는 커가면서 점점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이는,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했다. 세상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출생의 비밀을 받아들일 각오를 했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 세상에 드러나질까, 언제 엄마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이 사람에게서 선포되어질까 매번 가슴을 졸였다. 다만, 외국으로 멀리 돈 벌러 떠났다는 아빠만은 자신의 아빠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일 밤 꿈에서 만나는 아빠는 아이에게 웃음을 지어보일뿐,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자신을 꼬옥 안아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엄마는 아이에게 암스테르담에 가자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에 가면 아이가 엄마에게 반말을 하게 될 거라고 마법사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게 무슨 말인지 본능적으로 알아들었다. 엄마는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의 엄마가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 세상의 명화가 가득한 암스테르담의 미술관에서, 그림은 보지 않은 채 닌텐도만 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엄마는 마침내 화를 내고 말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는 울음 대신 반말을 터뜨렸다.



"너는 왜 그림은 안 보고 게임만 하는 거야..."



화를 내는 엄마를 보고 아이는 엄마에게 반말을 해도 되냐고 물었다. 눈물을 터뜨린 것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였다. 떠듬거리며 어색한 반말을 터뜨린 아이를 붙들고 엄마는 울고 있었다. 아이는 꿈속의 아빠처럼 엄마를 꼬옥 안아주며 반말을 했다.



괜찮아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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