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포탈들] 숨겨진 인연들 열셋에 둘,
"뒤돌아서지 말아요. 그를 돌아가게 두지 말아요."
"마.. 마법사님. 지금 저를 지켜보고 계세요?"
"그럴 리가요. 저는 지금 제네바인데요."
마법사는 제네바라고 했다. 그는 내일이면 런던으로 돌아갈 거고, 마법사는 지금 제네바에서 돌아서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마치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마법사는 제네바의 한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그녀 생각이 나서 책에 적혀 있던 글귀를 보냈다는 것이다.
리아는 운명의 계시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돌아서는 일은 운명을 거스르는 일일 거라고. 리아는 마음이 용기를 내기도 전에 발걸음을 돌려 그에게 휙 다가갔다. 회의장에 갑자기 나타난 낯선 여인의 등장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리아를 쳐다보고 남자 역시 이 상황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한 표정으로 리아를 맞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아는 관습이 입을 틀어막기 전에 누르고 눌렀던 그 말을 뱉어 버렸다.
"사랑해요. 아니 좋아해요. 나도 모르겠어요. 왜 그런지는..."
쏟아낸 말이 사람들의 귀에 타다닥 꽂혔다. 리아의 얼굴은 이성의 역주행을 막고 돌아서 정주행해 버린 가슴의 열기를 감당하지 못해 벌겋게 달아올랐고, 이내 이를 진압하려는 스프링클러처럼 눈물이 툭하고 터져 나와 회의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당신은 궁금할 것이다. 리아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남자와 사랑을 이루었는지. 그녀와 그의 가족들은 또 어떻게 되었을지. 그런 당신에게 마법사가 해 줄 말은 이것뿐이다.
"뭐가 문제죠?"
뭐가 문제인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뭐가 문제인가?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연모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리고 그 사랑을 고백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겨울이 지나 봄이 되었는데 뭐가 문제인가? 여름에 겨울을 고민하고 겨울에 여름을 고민하는 것이 문제이지, 계절이 오고가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다만 분명한 것은, 리아에게도, 그 남자에게도, 그들의 아내와 남편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_ 11분, 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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