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토큰이 화폐(貨幣)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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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토큰은 안전자산인가? 블록체인 토큰은 화폐가 되어야만 하는 당위를 가지고 있는가? 모든 경제적인 문제가 그렇지만 어느 한 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 주기에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또한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우리는 몇 가지 '조건'을 떠올려 블록체인 토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단을 해 볼 수는 있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블록체인 토큰은 ① 안전자산에 이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며, ② 화폐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왜 그런지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자.
Terms of Money & Risk-Free Asset
우리가 경제학 원론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화폐의 가장 기초적이자 기본적인 기능 세 가지는 교환의 매개기능, 가치의 척도기능, 가치의 저장기능이다. 현재의 법화(法貨)가 그렇듯이, BTC를 위시한 블록체인 토큰 역시 이 세 가지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가능성까지 없다고 폄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세 가지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구현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 합의 또는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정의될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이전에 게시하였던 포스팅에서, 미크로네시아 야프 군도의 예를 들어 화폐는 중앙은행이 없을지라도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움직일 수 있음을 이야기 한 바 있다. 반대로 모노폴리 게임의 종이돈을 들고 상점으로 가 과자나 빵을 구입하려 한다면 모든 상점 주인들이 경찰을 부를 것이다. 모노폴리 게임의 종이돈은 모노폴리 게임 밖에서는 아무런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그저 종이 조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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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블록체인 토큰은 법화와는 달리 정부의 지급보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장 순수한 가치교환형 퍼블릭 블록체인 체계는 중앙은행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영국 조폐공사의 Royal Mint Gold 와 같이 다른 안전자산으로 가치가 보증되는 블록체인 토큰이 등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블록체인 토큰이 안전자산 또는 화폐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합의' 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확장에 블록체인 토큰의 명운이 달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Beyond Social Agreement
그렇다면 만약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경제가 도래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블록체인 토큰은 달러와 원화, 엔화 등을 제치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탈중앙화 화폐가 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능성은, 합의를 통해 별도의 결제 수단으로써의 체계를 구축할 수는 있겠으나 법화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안전자산으로써의 정체성 확립도 마찬가지이다. 왜 그런가? 4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어 설명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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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Accessibility)의 문제 :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토큰의 획득과 거래, 사용은 모두에게 접근이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는 블록체인 토큰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만, 반대로 4~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너무나 높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교환의 수단은 사회 전반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젊은 사람들만 쓰는 돈' 이라는 것은 존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한창 블록체인 토큰의 가격 논란이 일어나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구매대행 사기가 기승을 부렸던 사실만 봐도 그렇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보편타당하게 접근할 수 없는 교환매개체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범용성(Universality)의 문제 : 접근성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의 결핍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블록체인 토큰의 범용성 문제로 연결된다. 기본적으로 법화(法貨)는 그 법화가 통용되는 경제 내부의 모든 재화와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블록체인 토큰의 경우 (향후 해결될 문제겠지만) 토큰과 교환될 수 있는 재화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만약 가치교환 플랫폼의 큰형님 격인 BTC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제를 가정해 본다고 한 들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블록체인 토큰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당 1개 꼴로 출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에는 갈수록 많은 종류의 토큰들이 출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든 종류의 토큰이 모든 종류의 재화와 각자의 교환비율을 가지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토큰의 종류가 많다는 문제는 '표준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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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Standardization)의 문제 : 현재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이나, 한때 국내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토큰 거래소 업비트에는 100종류가 넘는 블록체인 토큰이 상장되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들 모두가 다 화폐처럼 자유로이 쓰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어떤 나라도 100가지가 넘는 화폐를 자국 경제 내에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화폐의 종류가 너무 많을 경우 위에서 상기했던 화폐의 기능인 '교환의 매개' 에 심각한 손상이 입혀질 수 있기 때문이며, 가치의 측정 역시 어려워져 거래비용이 상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블록체인 토큰의 경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넓어진다고 할지라도, Transaction 을 주 기능으로 담당하는 토큰 하나를 토큰들 사이의 Public 기축토큰으로 두고 나머지 토큰들이 이 기축토큰과의 교환비율을 가지게 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또한 만약 각국 중앙정부가 블록체인 토큰 형식의 화폐를 출시하게 된다면 이 Public기축토큰과 중앙은행 토큰 간의 교환비율이 재생성될 것이다. 이 경우 마지막으로 언급할 문제가 발생하는데, 늘 강조해 왔던 '평가' 의 문제가 발생한다.
평가(Valuation)의 문제 : 이전부터 쭉 주장해 왔던 것이지만, 토큰의 시세가 널뛰기를 거듭하는 까닭은 토큰의 잘못이 아닌 평가 방법이 부재했던 탓이다. 블록체인 토큰이 다른 무언가와의 교환 비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결국 평가의 방법론이 하루빨리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 방법론의 개발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특히 ICO를 통해 신규 상장되는 토큰들이 Equity 와 Utility 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되고 있다. (Equity Token과 Utility Token의 개념에 대해 간단하게 서술한 Forbes의 Article.) 때문에 정부 또는 기업체의 지급보증 유무에 대한 확신이 없는 블록체인 토큰이 안전자산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가방법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Back to the Future
블록체인 토큰은 놀라울 만한 속도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왔다. 최초에 비트코인이 대안적인 화폐로써 주목받았을 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법정화폐의 대표적인 특징인 대부를 통한 내생성이 없다는 이유로 블록체인 토큰의 가능성을 평가절하했지만, 어느새 Bitbond같은 곳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토큰의 P2P 대출이 행해지고 있다. POW 방식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되자, 개발자들은 어느새 다른 방식을 통해 블록체인 알고리즘을 혁신하고 있다. ICO는 어느새 자본시장에서 신규 투자 방식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토큰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위에 제시한 4 가지는 그 중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토큰이 '법화를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저 4가지 이유 때문이다. 블록체인 토큰은 저 4가지 이유에서 법화를 완벽하게 압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존재 이유가 고작 법화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블록체인 토큰은 자유로운 교환 비율을 가진 Equity 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이 때문에 Indexing 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시장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정말 잘봤습니다!
저도 혼자서(?) 끈임없이 암호화폐가 과연 진짜 화폐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
앞서 말씀하셨듯이 "평가의 문제"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처럼 보여집니다. 화폐자체는 가치를 지니지 않고 물건이 지닌 가치 표기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아무튼 끈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팔로하고 종종 찾아뵐게요 ^ ^
감사합니다.
너무 어렵게 풀어 쓴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제가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화폐의 특성은, 화폐 자체로서는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않고 필요에 따라 통화량 조절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거래 목적의 비트코인이라 하더라도 블록체인 비즈니스 미래가치라는 자체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를 화폐로 쓰는 것은 과거의 금으로 물물교환하던 시절(굳이 금본위 화폐가 아니라 물물교환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겪었던 통화량, 통화가치의 문제에 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토큰은 자산으로서의 자리매김이 더 적절할 것이라는 게 제 주장입니다.
종이화폐의 Intrinsic Value 는 없는 것이 맞죠 ㅎㅎ
오늘도 정성스레 작성하신 글을 잘 읽었습니다. @홍보해
감사합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팔로우해요^^
감사합니다 :)
살짝 어렵지만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오늘도 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1 증가하였네요. ^^
감사합니다 :)
세세히 읽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주는 글입니다. 읽다 보니 약간 혼동되는 부분이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현재의 블록체인 토큰은 법화와는 달리 정부의 지급보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어찌 보면 '법화는 정부의 지급보증을 필요로 한다(또는 법화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한다)'로도 읽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법화란 지극히 상식적인 용어겠지만, 굳이 범위를 정하자면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찰뿐 아니라 이 현찰로 언제든 지급되는 은행권의 예금통화일 걸로 짐작합니다(즉, 통화량의 정의에서 'M1 = 본원통화(현찰)+ 결제성예금'을 지칭할 듯합니다).
(제가 잘못 읽은 것일 듯합니다만) 그렇다면, '법화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은 무슨 뜻일까요? 간단히 '법화 =현찰'이라고 좁게 보면, '현찰을 현찰로 지급보증한다'는 말이 되는 건가, 싶은 겁니다.
너무 엄밀한 정의는 토론을 가로막는다고 브로델이 말했듯이 제가 쓸데없이 곰곰이 생각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앞으로 화폐와 관련된 수많은 용어들이 쓰일 테고 그때마다 우리는 정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길을 잃을 때가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계속 '느슨한 정의'로 사고를 전개하고, 다시 '좁아진 정의'를 찾는 과정이 필요할 거로 봅니다. :-)
좋은 글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