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즈음하여...steemCreated with Sketch.

in #zzan2 days ago

칠순 즈음하여.../

세상이 변했다.
변해도 보통 많이 변한 게 아니다.
그 변함은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다.
오래 살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오래 산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겪게 되고 겪지 않아도 되는 시름을 겪어야 하기도 한다.

오래 산다는 게 좋기도 하지만 결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당히 오래 살아야지 팔구십은 보통이고 백 살 노인도 이젠 지천이며 우리 세대는 잘 죽으면 백세요 재수 없으면 백이십이란 말이 나오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기대 수면 자체가 백이십이라고 하지 않던가.

일단 오래 살다 보니 맞닥트리는 게 노후 대책이다.
노후대책에 여러 가지가 잇겠지만 그 중심에는 경제적인 것이 우선된다.
옛날에는 자신이 자신의 노후 대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자식 위해 가족을 위해 발버둥 치듯 살다 보면 어언 육십이 다되어 가고 그때가 되면 일 안 해도 먹고살만한, 한마디로 자식들에게 대접받을만하면 죽었다.

그러니 자식들은 이제 편히 사실만 하니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며 원통해하는데 그것도 옛말이다.
효도를 할 사이도 없이 저세상으로 가는 부모를 안타깝게 생각했으나 이제는 효도를 할 자식이 부모와 같이 늙어 거는 세상이 되었고, 그 모양새가 더 우습게 되는 것은 효도는커녕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자식도 늘어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자식 보기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집도 늘어가고, 더욱 재미있는 것은 우리 부모는 왜 안 죽어 부모가 죽어야 그 재산이라도 물려받아야 하는데 안 돌아가시니 재산 물려받을 때면 나도 상 노인이 되는데 뭔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으로 부모가 죽기를 바라는 자식들도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그래도 양반이다.
왜냐 하면 물려받을 재산이라도 있으니 빌붙어 있거나 거시기한 생각을 하지 그렇지도 못하면 그냥 버림받는 것은 비일비채 하다고 한다.
버려지는 노인이 한둘이 아니라는, 그렇다 보니 이제는 버려지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
오래 산다는 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이제는 자식에게 재산이 있어도 물려주고 버림받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휭휭한 이야기가 우리 마을만이 아니라 방방곡곡을 다 헤집고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참 씁쓸하게 들리는데 생각을 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뭔 죄가 있어 10년 20년도 아닌 50년 60년을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말인가. 누구 말처럼 20년 키워 줬으면 20년 대접받으면 되는 것이지 뭔 낯에 50년 60년을 대접받을 생각을 하는가 말이다.
우리 세대는 알 거다, 군대시절 군대 운이 없던 사람은 자기보다 두어 달 빠른 선임 모시고 군생활 내내 졸병 생활 한 사람도 있다.
티오가 있어 후임이라도 많이 받는 보병이면 몰라도 특과 병이라고 하는 부서나 행정직에서는 제대할 때까지 졸병 노릇하다 전역하는 군대복 정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우리 자식들이 인생복이 없어 늙어서도 봉양이라는 멍예를 쓰고 살아야 하는가 말이다.
그건 또 아니다.

그러나 그건 자식 세대 이야기고 지금 우리 세대는 어떤가 말이다.
나 역시 부모를 모시고 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당연하고 늘 안쓰럽게 부모를 바라본다.
특히 엄마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늘 감사하며 어머니 주변을 맴돌듯 하며 지낸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자식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게 오래 사는데서 오는 문제다.
그렇다고 일찍 다 죽읍시다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 있는 것들이란 원래가 자신의 생명 연장이 최우선이기에 살 수 있으면 단 하루라도 더 살겠다는 게 설령 죽어야지 생각을 잠시 했다 해서 그 의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생명에 대한 본능이기에 그렇다.

여하튼 오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남이야기 할거 없이 내 이야기로 돌아간다.

환갑을 거창하게 해야지 생각했는데 시대가 변해서 그걸 왜 해 하는 분위기에 칠순 잔치를 거하게 하자로 넘겼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도 험악해졌다.
칠순이야기를 하면 칠순 같은 소리 하네 하는 식이 되었다.
칠순도 환갑처럼 그렇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동창 친구들 몇 이서 의논한 게 우리끼리라도 밥이라도 한 끼 하는 것 어때하며 그렇게 이름을 짓자였다.

그렇게 시작한 게 엊그제인데 그 마지막 타자가 나다.
정월인가 이월 생일부터 시작을 했는데 친구들은 이미 칠순잔치를 우리끼리 다 했고 어느 사이 섣달 생일인 내 차지가 되었다.

날자를 따지자면 며칠 앞이지만 1박을 하며 송년회 겸 하자며 숙소까지 예약하여 빌렸다.
그러나 나는 사정이 그렇다.
어머니가 집에 혼자 계시게 되어 밖에서 잠을 자고 올 상황이 아니다.
말씀은 너를 위한 날이니 불 끄고 잘 테니 걱정 말고 자고 와라 하신다.
그러나 그건 어머니의 말씀이시지 실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실 것은 자명한 일이고 왠지 모를 쓸쓸함으로 서운해하고 계실 것이다. 어머니의 세상은 옛날 세상이라 아무리 현재의 세상을 이해를 하신다 해도 이상과 현실이 틀리듯 그런 것이다.
그러니 저녁을 먹고 너무 늦기 전에 10시까지는 집에 와야 하리라.
그렇게 하는 게 어머니의 마음뿐만이 아니라 나의 마음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세상이 변했다.
그러나 변하는 세상을 탓할 수는 없다.
변하는 세상에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우리들의 칠순잔치도 조촐하지만 감사하게 즐겼고 오늘도 즐겁게 지낼 것이다.

길어지니 이쯤에서 강제로 맺으며 하는 말, 여하튼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세상에 왔고 여러 형제의 맏이가 되어 좋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고 그로 인하여 두 아들과 두 며느리를 얻었고 손자까지 얻었다. 피를 나눈 자식은 아니지만 이국에는 아들도 딸도 손자 손녀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또한 함께하는 여러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마치기 전에 신의 축복으로 느끼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건 우리의 노후를 여유로움 속에 행복하고 즐겁게 해 줄 스팀, 스티미언과 애터미, 애터미언이 있다는 사실이다. 애터미를 통하여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과 더불어 행복할 테니 이 얼마나 기다려지는 축복이며 기쁨이 아니겠는가.

나와 인연 되는 모두에게도 신의 축복이 가득하여 애터미로 스팀으로 행복하기를 축원합니다.

2024년 12월 27일

지금 이대로와 더 나은 미래까지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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