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립다
잔뜩 흐렸다.
새벽에는 비도 뿌렸다.
날씨가 이러면 기분 마저 날씨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렇지는 않지만 오늘은 좀 그렇기도 해 보인다.
그렇다고 오늘 기분이 쫙 가라앉은 그런 기분은 아니다.
오지랖이 넓다 보니 겹치는 일들이 많다.
누구 말처럼 몸이 두세 개쯤 되면 좋겠는데 그렇지는 못하고
포기할 일 진행할 일 마무리 할 일 이걸 잘 가려가며 해야 한다.
예전에는 할 일을 못하면 조바심도 내고 걱정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바쁘다고 들뛰는 나에게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얘야, 할 일 다 하고 죽은 귀신 없다더라
이젠 젊지도 않으니 쉬엄쉬엄 하거라
네가 그리 하지 않아도 굴러가는 세상이 멈추지는 않는단다.
일을 미루는 것도 좋지 않지만 오늘 안 하면 네가 안 하면 뭔가 큰일 날 거 같은 그런 생각은 버려라.
사실 이런 말을 들은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꽤나 오래된 이야기다.
그런데 그 말씀의 의미를 요즘에서야 깨 닫는다.
그래 죽기 살기로 한다고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닥치면 하고 서둘지는 말자.
피하지만 말고 진정성 있게 일에 임하면 해결이 안 될 게 없다.
일이란 문제란 생기면 다 해결되게 되어 있다.
요즘 이런 말을 내가 하고 있다.
책임이 무거워 어쩔 수 없이 고생하는 사람을 향해 너무 걱정해 가면서 하지 말라고, 건강이 최고라고 말한다.
못하면 나눠하면 되고 그것도 어려우면 대신해 줄 수도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을 한다.
그렇다, 그렇다 보니 할 일이 늘었다.
일 다하고 죽은 귀신 없다지만 일 피해 다니다 죽은 귀신이 더 행복하다거나 천국에 갔다는 소식도 들은 적 없다.
그냥 내가 하나 더하면 되지 이런 생각이 일을 피해 다니는 것보다는 낫다.
인생 뭐 있나,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게 인생이지 싶은 그런 날이다.
입으로만 함께를 외치기보다는 몸도 함께 움직여주면 그게 행복이지 싶다.
일이란 안 하려 피하면 피곤해지고 달려들어하면 행복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걸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면 세상은 더욱 살만할 거 같은데 요즘은 돈 생기는 일이 아니면 내가 왜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움직임을 노동으로 보고 그 노동은 무조건 자신에게 재화적인 이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니 우라의 좋은 풍습도 사라져 가고 있어 많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변하는 세상을 탓하는 건 더욱 문제가 있으니 탓을 할 필요는 없지 싶다.
모내기나 벼 베기 때 논두렁에서 먹었던 점심이나 참이 그리워지는 그런 날이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 한잔,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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