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흙 : 조은] 한 번쯤은 죽음을
죽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나는 죽음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후세계라든지, 윤회라든지, 환생...
들어는 봤지만 알 수 없는...영원히 오리무중할 것들이다.
어제 김작가님의 연재 소설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 027화를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은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한 번쯤은 죽음을
열어놓은 창으로 새들이 들어왔다
연인처럼 은밀히 방으로 들어왔다
창틀에서 멀라가는 새똥을
치운 적은 있어도
방에서 새가 눈에 띈 건 처음이다
나는 해치지도 방해하지도 않을 터이지만
새들은 먼지를 달구며
불덩이처럼 방 안을 날아다닌다
나는 문 손잡이를 잡고 숨죽이고 서서
저 지옥의 순간에서 단번에 삶으로 솟구칠
비상의 순간을 보고 싶을 뿐이다
새들은 이 벽 저 벽 가서 박으며
존재를 돋보이게 하던 날개를
함부로 꺾으며 퍼덕거린다
마치 내가 관 뚜껑을 손에 들고
닫으려는 것처럼!
살려는 욕망으로만 날갯짓을 한다면
새들은 절대로 출구를 찾지 못하리라
한 번쯤은 죽음도 생각한다면......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적 있는 사직동 언덕에 산다는 시인이 바로 이 분이다.
조은 시인을 처음 만난 건 산문집을 통해서였다.
글이 너무 좋아서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시인이라고 했다.
그의 시집을 몇 권 사서 단숨에 읽었다. 심오했고, 무거웠으나 절박하지 않았다.
그저 삶을 살면서 마주치는 것들, 피할 수 없는 것들에 담담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하다.
겉으로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찬란한 생명을 느끼게 한다.
이리 저리 불덩이처럼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현실은 무덤이나 다름없다.
진정한 생명을 위해 날갯짓을 해보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당장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 삶으로부터 받은 고통과 상처는 별것 아닌 게 되는 것일까
이 지상의 모든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은 불완전성을 향해 저항하지만
결국 완전성을 이루지 못한 채 무덤에 갇히고 만다.
시인이 말처럼 모든 '완전성'은 시초에만 존재하는 것.
여기까지가 오늘 쓰려던 포스팅이지만,
이 글을 쓰며 갑자기 떠오른 이야기를 덧붙여 본다.
몇 년 전 처음 작가의 글들을 읽으며 사실은...
이런 글이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점점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부끄러운 근자감을 모른체 하고 살던 어느 날..보게 된 글
소울메이트님의 [문학적 글쓰기 –일곱 번째]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글에 대한 고찰(2)+문장에 대한 썰 제목을 보고 정말 너무 부끄러웠다.
옛 생각이 났다...끄악~!!!!!!!
그리고 창피함에 이불킥할 각오를 하고 조심스럽게 읽어내려갔다.
아..어떡하지...너무 창피해서 도망가고 싶을 것 같아..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런데!!
난 어떤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아, 좋다)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 적이 있다.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 라는 말은 그 글을 얕잡아 보는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았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이다.
아!!
나는 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비평 수업도, 창작 수업도 들은 적이 있다.
그것도 몇 년 간 대학에서...
시인을 꿈꿨고, 소설가를 꿈꿨고....교수님의 제안에 비평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독자로 남았다.
독자로서...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는데?' 싶은 작가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가운 기분이 든다.
그들을 얕잡아 봐서가 아니라 그 글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읽는다.
저도 찡자의 그림을 보며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했었죸ㅋㅋ
시타님의 그림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센세이셔널했죠..ㅎㅎ
센세이션 아니고 센세이셔널!입니다
완전 신선한 충격이네요~~ 너무 맞는 말이라서요 ^^
그쵸...저도 처음 이 문장을 접하고
머리가 딩~~~~~했어요^-^
처음 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하고 갈께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맞팔하고 놀러갈게요~
어쩐지글을잘쓰신다생각했는데... 전요새글잘쓰시는분들이제일부러워요ㅜㅜ 하하ㅜㅜ!!!!!^^
혀니님 저는 맛있는 음식 드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그 분=혀니님!
ㅎㅎㅎ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참 하던 시절이 있었죠.^^;
칼리스트님의 생각은 과거형인가요?
혹...
지금의 고통이 결국 별 것 아니라면
삶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죽음과 연계한 심각했던 시절을 말씀드린 거였어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어요. 책을 출판하세요. 별 거 아닙니다. ㅎㅎㅎ.
이후에 어느정도 작가가 될 것인가는 결정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만한 작가 올림. ㅋㅋㅋ)
ㅎㅎ 개발자님이 과거의 저와 알았다면...
제 친구였다면 둘이 의기투합 장난아니었을 듯요ㅎㅎ
넌 개발을 하렴 난 출판 좀 하고 올게~~이러고요ㅎㅎ
지금은 이리 저리 해야만 하는 일(=육아?!)이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요
-하나도 안 만만한 개발자님께
디디엘엘님 의기투합 앞으로도 가능하죠.
육아도 이제 하시다보면 여유가 생기실듯 ㅎㅎㅎ
죽이 잘 맞는데 나중에 재밌는 일을 같이하면 좋겠네요. ㅎㅎㅎㅎ
기대되네요.
문학도를 꿈 꾸셨었군요. 😊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봐요~
리스팀할게요^^
레이븐님 리스팀 감사해요^-^
제 글이 널리 읽혀질 수 있게 되었네요!
이제 다시 펜을 들어야 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마음 속 한 문장을 찾아 주셨군요 김작가님..
따뜻한 글입니다. 용기도 얻었구요^^ 리스팀해갈게요.
리스팀 감사드려요..
용기를 얻으셨다니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맘에 드는 글을 보면 내가 저렇게 쓸 수 있을까 라거나 저런 깊이를 표현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자괴감이...ㅋ
이 정도면 쓸 수 있겠다 싶은 글을 찾아 저도 열독 해야겠네요..
그림은 언제 그리실라고.....ㅎㅎ
그러게요 유니콘님
예술가의 삶은 이렇게 바쁘네요ㅎㅎㅎ
어떤 글이어야 우리 감성 유니콘님 마음에 들지
수준있는 글이어야 할 듯요!
자괴감이란 단어가 새삼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