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암호화폐 매수 이야기 (feat. 스팀파워)steemCreated with Sketch.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1

금융일을 했지만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투자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 때는 돈이 없었고, 은행에서 일을 할 때는 직무상 개인 투자에 대한 제한이 까다로웠기 때문이죠. 그런 제가 첫 투자를 크립토로 시작하다니 뭔가 걷는 것을 배우기 전에 달리는 느낌입니다. 어찌 됐든 주말을 통해 2,000 스팀을 매수할 수 있었고 현재 모두 다 스파업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든든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하고. 참 새로운 기분이네요.




#2

투자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쯤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좀 하고 직장도 안정을 좀 찾기 시작하자 가진 돈을 좀 불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경제에 대한 비관론적인 시간을 갖고 있는 편인데 시드 머니가 작아서 그런지 웃기게도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자 수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트레이딩을 할 능력은 없기에 투자를 하면 2-3년 정도 들고 갈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IT 성장주 위주로 관심이 쏠렸고, Tesla, Facebook, Google, Amazon과 같은 회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금을 시장에 넣으려니 왠지 경기 사이클 끝 무렵에 와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주저하게 되었고 결국 투자를 못 했습니다.

저는 2008년 경제위기가 찾아왔을 당시 투자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한 시대를 풍미하는 버블이 만들어지고 터지는 과정을 옆에서만 지켜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락장이 찾아오면 공포에 질리거나 자금이 부족해 buy the dip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만약, 아주 만약 내가 버블이 터질 때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추매를 통해 바닥에서 자산을 살 수만 있다면 선점효과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현금을 팔아 재끼고 여러 자산에 투자를 할 때도 저는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현금을 갖고 벤치에 앉아 경기를 묵묵히 관람했습니다.

물론 지난 2년간 나스닥 성장주들의 가격 움직임을 보면 제가 미련했던 것이 맞기는 한 것 같네요 ^^;




#3

버블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상상하지도 못한 곳으로부터 찾아왔습니다.

2017년 가을, 비트코인 마이닝을 하는 후배를 통해 블록체인과 코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코인의 가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잘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만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비트코인을 보며 '이거다'라는 직감이 왔습니다. 연일 뉴스는 비트코인 얘기로 시끄러웠지만 저는 오히려 조용히 현금을 더 모았습니다. 이 버블이 아주 스펙터클하게 터질 것이고, 기다리다 보면 좋은 가격에 매수를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이 잘 기억하시듯 올해 초 버블은 터졌고 코인 가격은 수직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버블이 붕괴한 후 자산 가격이 아래로만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하락장을 겪어보니 어디가 바닥인지 알기가 힘들었습니다. 하루는 몇십 프로씩 빠지다가도 그다음 날이면 강하게 반등이 나오는 널뛰기 장이 반복되더라고요.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까 기다리던 와중 비트코인은 강한 반등과 함께 다시 갑작스럽게 $10,000을 뚫고 올라갑니다. 저는 그 틈을 타 Coinbase 계좌를 개설하고 모아놓은 현금을 지갑으로 송금했습니다. 왠지 다시 가격이 $5,000대로 회귀할 것 같았고 이번에는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그래프는 쌍봉을 찍고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에 저는 스팀잇을 접하게 되었고 백서를 읽으며 스팀 블록체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비트코인과 더불에 스팀에도 투자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비트코인 목표가 $5,000 그리고 스팀 목표가 $1을 생각하며 시장을 매일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제 예측과 달리 4월 말, 비트코인은 $6,000 언저리에서 다시 한번 강하게 반등이 나왔고, 스팀도 $1.50에서 수직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왠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자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록색 봉을 그리는 코인 가격을 보는 하루하루가 정말 괴롭더라고요. FOMO 때문에 지금이라도 추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참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동시에 짧은 기간 안에 무섭게 상승하는 크립토 시장을 지켜보며 역시 장기적으로 투자할만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믿음(?)대로 비트코인은 정점을 찍고 다시 한번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4

제가 매수 타이밍으로 그리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비트코인 전저점이 뚫리며 패닉 셀이 발생하는 구간
  2. 1번과 더불어 발생하는 엄청난 거래량
  3. 알트코인의 출혈이 훨씬 심한 가운데 비트코인의 도미넌스 강화
  4. 그리고 결국 비트코인이 선두를 이끄는 회복장



하지만 비트코인 전저점을 생각처럼 잘 뚫리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상승장을 잊지 못해서인지 알트 코인들은 오히려 비트코인 보다 더 선방을 하였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은 바닥을 쳤다가 7월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껏 그랬듯 고점을 찍은 뒤 다시 상승한 부분을 반납했습니다.

최근 하락 구간이 이전 것들과 조금 다른 점은 알트코인의 출혈이 비트코인의 하락세보다 훨씬 컸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스팀이 1차 목표로 삼았던 $1에 생각보다 빨리 도달을 했기에 비트코인보다 일단 먼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글을 읽고 또 지난 8개월간 크립토 시장을 지켜본 결과 저점을 예측해서 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드 머니를 8 분할하여 목표 가격을 정해놓고 기계적으로 차근차근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 거래소에서 한화로 스팀을 구매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달러로 스팀을 살 수 있는 거래소가 없습니다. 게다가 뉴욕 주는 증권법이 복잡해서 거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거래소가 극히 제한적입니다. 결국 Coinbase Pro (옛 gdax)를 통해 달러로 비트코인을 먼저 구매했고, 구매한 비트코인을 비트렉스 지갑으로 전송해 사토시 가격으로 스팀을 구매했습니다. 생각보다 좀 복잡한 과정이었기에 다음 글에 따로 정리를 해보고 싶네요.




#5

지난 6개월간 스팀잇 활동을 하며 모아 온 스팀파워가 450 정도 됐는데 이번 기회에 2,000 스팀을 단숨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대로 500 스파가 넘으니 Busy를 쓰지 않아도 파워를 조절할 수 있는 보팅 게이지가 생기고 또 풀 보팅을 하면 보팅 금액이 두 자릿수씩 올라가는 것도 아직까지는 꽤나 신선합니다. 뭔가 '이 생태계 안에서 나도 영향력을 조금은 발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드네요. 아직은 피래미인만큼 갈길이 멀었죠.

물론 제가 구매한 뒤 스팀은 $1 마지노선을 붕괴하고 동전으로 전락했네요.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코인을 모을 수 있다고 위로하며 계속해서 시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제가 뇌피셜로 그리는 시나리오는 비트코인 전저점이 붕괴해서 가격이 $3-4천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바닥을 찍으면 엄청난 거래량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찍기 전까지는 어디인지 아무도 알 수 없겠죠.

조금 걱정되는 것은 알트코인들이 이미 전저점이 뚫린 상태에서 대장까지 바닥이 뚫려버리면 지하로 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스팀잇 창립 이래 최대 바겐 세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제 망상이니 이 글로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공포와 후회의 순간이 있겠지만 저는 최초에 목표한 대로 조금씩 코인 개수를 늘려가 보려 합니다. 구매를 할 때마다 여기에 일기 형태로 제 생각들을 남겨볼 생각이고요. 이 투자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모르지만 훗날 읽어보기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6

사실 코인 글 말고도 쓸 글이 많은데 최근 회사일이 좀 바빠지고 지난번 일기에 적어놓았듯 운동을 시작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적어졌네요. 그래도 밀린 월가 이야기는 이번 주말까지 꼭 한 편 올리겠다고 여기에 약속을 드립니다.

시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하락장이지만 가격이 떨어짐으로 역설적으로 새로운 참여자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죽지 않는다고 알려진 불사조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삶과 죽음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다만 잿더미 속에서 새로운 불사조가 다시 타오르는 것이죠. 저는 코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물론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두운 잿속에서 아무런 예고 없이 새로운 불기둥이 올라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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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학살 복구)

음, 2가지 점에서 약간 의외네요.
@menerva 님 월가의 투자 전문가 였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투자는 처음이라는 것이 놀라왔고요,

두번째는 헐..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딱 원하는 가격이 될때까지 구입을 미뤘다는 것도 놀랍고,
마침내 그 가격에서 원하는 수량을 구입하셨다는 것도 놀랍네요.

재미있는 투자기였습니다.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14일 지나 보팅이 안되네요.
댓글 주시면, 사소하나마 인사 보팅 드리는것으로.

간만에 콜라보래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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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세요!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07-09를 경험한 사람들은 바겐세일에 사면 대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저도 그렇구요). 그래서 아마 최근 몇년의 활황장에서 현금 비중이 높았을 겁니다.

스파업 환영합니다! 저도 멘탈 좀 추스리고 분석 다시 좀 해보려구요. 추가 스파업을 어느 정도 할지는.

글로리 님은 워낙 분야에서 뼈가 굵으셔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스파업을 하니 기존에 못느끼던 것들을 좀 느낄 수도 있는것 같네요 ㅎㅎ

그 정도 인내심이 받쳐주는 멘탈이시면 무조건 성투하시리라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중간 중간에 얼른 사버리고 싶은 심정을 참는게 힘들더라고요... 잘한 투자인지 아니면 놓친 기회인지는 나주에 알 수 있겠죠 ㅎㅎ

묵묵히 밴치를 지키고 있다가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결과가 훗날 좋은 선택이었다고
회상되었으면 좋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어디로 튀지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만
분할하고 분산해서 접근하게는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된다는걸 알겠더군요

잘 보고 갑니다.

예 맞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거래해봤지만 고수님들이 말씀하신대로 분할과 분산, 그리고 인내심이 오직 정답인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투자해보는거라 기록을 좀 남겨보려고요. 감사합니다.

자제력이 엄청나시네요.
모르면 모를까 알면서 안사기는 어려울것 같은데 말이죠.
참을성 인정!!
오늘 스파업 소식이 많네요.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ㅋㅋ
그래도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피라미 / 돌고래 클라스가 많아진다는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것 같습니다. 럭키님을 따라잡는 그날까지 가즈아~!

저도 스팀을 조금 주워담았습니다.ㅎ

현금을 보유하면서 본인이 저점이라고 생각할 때 조금씩 주워간다면 크게 손해는 안 볼 것 같습니다. 역시 명제는 현금 보유 vs. 분할 투자겠죠..ㅎㅎ

인내심이 대단하십니다. 👍

좋게 말하면 인내심이고 만약 기회를 놓쳤다면 지나친 욕심이었겠죠?ㅎㅎ

진짜 대단하십니다.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글입니다ㅠㅠbb

이제 입문한 사람입니다 ㅋㅋ 저도 쥐뿔도 모르는데 기록상 몇자 적어봤어요.

스파업 축하드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직 돌고래 분들 쫓아가려면 갈길이 머네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