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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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는 인간 생활양식의 주요한 형태이다. 어쩌면 모든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이 단어를 병적인, 자신과 상관없는 단어처럼 여기지만, 매일 아침 깨자마자 쳇바퀴 위에 자신을 올려놓는 순간 '자기혐오'가 시작되는 것이다.



'자기혐오'의 방식으로는 수없이 많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니까 폭식, 중독, 탐닉,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습관들.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자기혐오'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빌어먹을 21세기에. 그렇다면 죽음으로써 혐오를 벗어날 텐가?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이야말로 '자기혐오'의 극단일 테니 것도 아니고, 비참하게 늙어가면서도 생면을 부지하는 것 역시 '자기혐오'일 테니, 우리는 '자기혐오'에서 빠져나갈 능력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이 드라마가 신선하다.



모두가 적절하게 '자기혐오'를 구사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의식은 쌍둥이니까, 혐오는 열망과 한 몸이 아닌가? 혐오만큼 열망하고, 열망한 만큼 혐오가 자라나는 것. 주인공들은 진정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게다가 실화란다. 놀랍지는 않다. 너도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자기혐오'를 탐닉하는 건 나쁜 것이 아니다. 주인공들처럼 혐오만큼 열망하고, 혐오로 되돌아올지언정 황홀한 열망의 도가니를 경험하게 된다면. 그것이 인생이지. 빌런 없는 드라마가 무슨 재민가?



나는 그대의 빌런이다. 그대가 나의 빌런인 만큼. 물론 나는 나의 빌런이고, 그대는 그대의 빌런이다. 덕분에 우리는 매우 자신을, 서로를 열망했던 것이다. 혐오로 종결되려고. 그러나 그 모든 게 무관심보다 낫고 무기력보다 훌륭하다.



하지만 '타자 혐오'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것은 팩트도 아니고. 사람이란 자고로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추악하고, 속으로 들어가서 보면 모두 가여운 존재인걸. 너도나도 말이야. 게다가 '타자 혐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다. 그것의 쌍둥이는 '인간성 말살'이니까.



숨은 그림을 찾아보게나,
주인공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는지.



오 베이비, 나의 순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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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78. 베이비 레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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