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와씸과 투닥거리며 요가에 빠져들었더라지,
요가 일지 1, 라다크
인도를 자주 머무면서 요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늘 널려있었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관심이 안갔다기보다는 오기가 들어서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인도를 많이 다니는 사람들에게 따라붙는 채식, 요가, 명상 같은 키워드를 나까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것들을 진짜 원하는 순간이 오면 모를까 남들 다한다고 우루루 따라할 마음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 헬스장 gx 프로그램이나 다람살라에서 체험 수업으로 깔짝거리긴 했지만 늘 어렵고 힘들기만 했다.
7년 만에 방문한 라다크에서 돌연 요가 수업을 듣기 시작한건 춘자와 나 둘 다의 의지였다. 필라테스로 근력량을 늘리며 운동의 참맛에 중독된 춘자의 의지가 아무래도 컸지만 나 역시도 자전거부터 시작된 올해의 운동 모드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매일 오전 요가도 하고 산티 스투파도 매일 오르자고 결의를 다졌지만 산티 스투파까지는 무리였다. 우리는 둘이 함께 라다크를 머무는 동안 거의 매일 요가에 갔다. 미리 dm을 보내놓고 첫날 떨리는 마음으로 요가를 하러갔으나 와씸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려견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미리 말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이렇게 사람을 똥개 훈련 시키는 와씸이 괘씸했으나 괘씸한 마음보다는 요가에 대한 갈급함이 더 커서 우리는 다음 날 또 다시 발길을 요가원으로 향했다.
와씸과 함께한 요가 수업은 늘 시트콤 같았다. 몸이 굳어있는 나는 늘 끙끙거리며 동작을 따라했고 와씸은 열등생인 나를 품으려도 부던히도 노력을 했다. 늘 와씸은 내 곁을 맴돌며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래 그대로 해."라는 말을 하며 늘 반복했는데 나는 그런 격려가 싫었다. 차라리 정확한 자세를 알려주고 교정해주기를 원했다. 문제아를 교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의 눈길과 격려가 싫은 문제아의 대치 상황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 되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춘자는 늘 참지 못하고 낄낄거렸다. 하루는 요가는 하지 않고 명상을 한적이 있었는데 명상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영어로 설명이 이어지니 잠이 스스륵 왔다. 꾸벅꾸벅 졸고있으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와씸이 말했다. "그래그래, 졸아도 괜찮아...졸 수 있지..." 나는 졸지 말고 명상을 하는 방법을 명쾌하게 알려주기를 바랐다. 이렇게 투닥거리긴 했지만 요가의 동작이 어렵지도 않았고 특히 와씸의 마사지가 기가 막히게 시원했기 때문에 요가를 가는 건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와씸의 수용의 언어와 눈빛이 어느 정도 내게 불만으로 누적이 되어있었나 보다. 평소 보다 조금 어려운 포즈를 하는데 와씸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그래 그래 잘하고 있어, 포기하지마." 갑자기 발작 버튼이 눌렸다. "난 포기한 적 없거든!!!!!!!!! 포기 안할거거든!!!!!!!!" 반항의 의미로 "i never give up."이라고 말했는데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야!!!" 라고 받아들인 와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굿"이라고 말했다. 아마 그 때의 그의 마음은 문제아,,,교화 성공? 의 뿌듯한 기분이었을지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의 반항을 줄곧 지켜봐온 춘자는 그 반항의 맥락을 기가막히게 읽고는 또 혼자 낄낄거리고 있었다.
와씸과 투닥거리며 요가에 눈을 떴다. 빠져들었다.
좋은 선생님 이네요.
좋은 제자인가? ^^
전 좋은 제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