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돔카르 (2)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dited)

"나 돔카르를 진짜 많이 갔었는데 그렇게 즐거웠던 적은 없었어.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돔카르에서 돌아오고 며칠 뒤에 만난 빨레가 말했다. 수백번도 더 갔을 고향 방문이 유독 특별했던 이유는 날씨, 사람, 장소, 사건 모든 것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돔카르를 가본 나와 빨레의 감흥은 다를테지만 우리가 느낀 행복은 아마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그 첫 단추는 니모이다. 니모는 돔카르를 가는 도중에 거치는 작은 마을로 이 곳이에 들른다면 반드시 사모사를 먹어줘야 한다. 사모사는 야채와 감자를 넣고 삼각형으로 빚어 기름에 튀긴 만두인데 사실 맛이 굉장히 특별하지는 않다. 여기의 사모사를 빛나게 만드는 건 함께 나오는 소스이다. 빨갛고 매콤한 소스는 매운 맛이 강해 자극적이면서 분식집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매운 맛에 환장하지만 이곳에서 매운 것을 잘 접하지 못한 나는 이 곳에 들르면 소스를 거의 마신다. 이날도 거의 두접시를 들이켰다. 싱게의 힙합 플레이스트를 들으며 매끄러운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처음 라다크를 방문한 것도 이미 16년 전인데 라다크의 풍경은 봐도 봐도 조금도 뻔하지 않고 늘 경이롭고 아름답다. 믿을 수 없이 광대하고, 믿을 수 없이 황량하고, 믿을 수 없이 벅차고, 믿을 수 없이 생명력 넘치는 라다크의 자연을 누릴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이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무언가가 가득 찬다. 그래서 내가 이 곳을 늘 그리워하고 잊을 수 없는 거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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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도시 땅마찍은 지금껏 보지 못한 완벽한 찬란함을 품고 있었다. 밀크 소다색의 인더스강, 그림처럼 정돈되고 푸르른 나무와 풀, 흙색의 광활한 민둥산, 라다크의 모든 이미지를 가장 아름답게 구현한,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모두 이 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멍하니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다가, 감탄사를 뱉기를 반복했다. 땅마찍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돔카르가 시작되었다. 빨레의 할머니의 집은 돔카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레보다 따뜻하고 일년에 두번이나 추수를 한다는 일반적인 돔카르와 달리 더 춥다고도 했다. 우리는 빨레네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 빨레의 사촌네 집에 들렸다. 볼이 빨간 아이들이 우리를 먼저 반겼다. 조카 바보인 춘자와 나는 아이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네형제 중 세번째인 직메는 우리를 가장 따랐다. 집 뒤에 산은 어찌나 웅장하던지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빨레네 할머니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이 곳이 별로야. 산이 사방으로 너무 가까워서 나를 숨막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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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게는 가까이 에워싼 산에 식겁했지만 난 병풍처럼 둘러싼 산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산의 정기가 내 온 몸에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우린 밭에 쪼로로록 앉아 밭일을 하는 귀여운 할머니 군단을 뒤로 하고 계곡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각자 편한 돌을 골라 앉아 자기만의 시간을 보냈다. 명상이라고 하면 명상일거고 멍때리기라고 하면 멍때리기일거고, 기도라고하면 기도일 그런 가만히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호흡을 했다.

"초모와 내가 파시미나를 만드는 데 마지막 두땀을 뜨지 못했어."

춘자는 미래가 보였다고 했다. 두땀을 뜨지 못했는데 그 자리에 나와 스텔라가 있었으니 한땀은 스텔라가, 한땀은 내가 떴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서늘한 바람과 졸졸 거리는 계곡 소리를 들으며 언젠가의 나와 만났다. 눈을 뜨면 그림 같이 아름다운 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앞에 있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창 좀 마셔."

빨레는 냄비 가득 창을 담아 내왔다. 할머니도 직접 창을 담그지만 마침 뚝 떨어져서 삼촌이 동네 이곳 저곳에서 구해온 창이라 했다. 조카의 술꾼 친구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술을 구했을 삼촌을 상상하니 어쩐지 웃음이 났다.

"와 이건 진짜 맛있는데요?"

술을 잘 못하는 스텔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신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우아한 풍미가 느껴져 진짜 맛있었다. 맛있다 연신 말하면서 몇 잔을 연거푸 마시니 금세 취기가 올라왔다. 두 번째로 가져온 창은 첫 번째 창보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잠이 쏟아지기 전에 쏟아지는 별을 보러 밖으러 나갔다. 하늘 가득 촘촘히 별이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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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