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의 힌두사원 <2>

in Korea • 한국 • KR • KO3 months ago (edited)

[ 바투 동굴 Batu Cave ]

동굴에 있는 힌두 사원이라 찾아가기 어려울까 생각했으나 그랩을 이용해 아주 쉽게 다녀올수 있는 곳이었다.

높지 않은 동네 뒷산같은 이곳은 원래 중국 이주민들이 비료 용도로 사용될 박쥐의 구아노를 채취하는 곳이었다. 참고로 박쥐의 구아노란 박쥐가 많이 서식하는 동굴에 박쥐의 똥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광물로 인광석이라고도 불린다. 인광석은 인산의 흡수율을 크게 높여 토양 개량을 하는 귀한 물질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후 깊지 않은 동굴은 방치되어 있다가 1871년 미국의 학자가 동굴을 탐사하고, 탐사 후인 1891년 힌두교 사원이 들어섰다.

동굴의 입구에는 파괴의 신 시바의 장남인 무루간의 동상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무루간은 전쟁과 승리의 신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사원에 이르는 272개의 계단이 4줄로 놓여 있다. 가장자리 두 계단은 과거를 나타내고 가운데 두 계단은 현재를 나타내며 272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의 수를 나타낸다.

큰 숨을 한번 들이쉬고 계단을 오른다. 지금껏 살면서 272가지의 잘못은 아니지만 272번쯤 아쉽고 후회스러운 순간들은 있었을거라 생각하니 그리 어렵지않게 꼭대기까지 오를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먼저 눈을 사로잡아 깨닫지 못했던 아찔함이 계단을 다 오르고 뒤돌아서니 확 다가온다.

내부는 산이 높지 않은 것에 비해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 사원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긴 세월 만들어진 종유석들이 경건한 분위기를 더한다.

구획된 사원 안으로는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 또 민소매나 무릎 위쪽으로 오는 길이의 옷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주의할 점이 있다. 생각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원숭이들이다. 굳이 가까이 다가가 아는체를 하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옆을 지나가도 별 상관을 하지 않으니 무심하게 지나가면 된다.
긴 시간을 필요로하는 관광지도 아니고, 엄청난 크기의 사원도 아니다. 그러나 무슬림 국가인 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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