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스팀잇이 콘텐츠 창작자에게 주는 영향 + 자작시 한 편

in #kr-pen7 years ago (edited)

이름을 써주신 @tata1님 고맙습니다!




스팀잇이 콘텐츠 창작자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 이미 여러 번 언급돼왔다. 현실 세계에서는 얻기 힘든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뭘 쓰고 뭘 올리던 콘텐츠 창작자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댓글 문화가 힘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스팀잇에 오기 전 타 블로그에 1년 넘게 글을 써왔다. 내 분야가 뻔하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나는 영어 관련 강좌를 올렸고, 가끔 소설과 수필, 그리고 시를 썼다. 블로그가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구독자 수가 점차 늘게 됐는데 그 일이 내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줬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영어 강좌뿐만 아니라 소설과 수필, 시도 종종 올렸다. 그런데 영어 강좌를 올릴 때와 문학적인 글을 올릴 때 사람들의 반응이 극과 극을 달렸다. 영어 강좌를 올리면 글의 조회수가 확 치솟았다. 내 영어 강좌는 때때로 다음 메인화면이나 핸드폰 화면의 직장인 섹션, 혹은 블로그 사이트의 메인에 실렸고, 그럴 때마다 구독자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사람들이 내 글을 공유해가고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람이 수시로 울려댔다. 하지만 문학적 글을 올리는 날은 핸드폰이 고요했다.

공유수와 좋아요 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조회수부터가 눈에 띄게 낮았다. 내가 새 글을 올리면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알람이 간다. (본인이 알람을 해제시킨 경우만 제외하고.) 같은 조건하에서 영어 강좌의 조회수와 내가 쓴 소설의 조회수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건 한 가지 의미밖에 없었다.

내 블로그 구독자들은 (그리고 블로그 관리자는) 내 영어 강좌만을 좋아했다는 뜻이다. 새 글이 올라왔다는 알람이 떴을 때 그게 영어 강좌면 글을 읽었고, 소설이나 수필이면 읽지도 않고 넘겼다는 뜻이다.

어쩌면 처음 내 블로그를 찾은 계기가 영어공부를 위해서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 소설이나 시보다 영어 강좌가 더 유익하고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가 뭐가 됐건, 그들이 내게 원하고 요구하는 글은 영어 강좌라는 게 명백해졌다.



난 책과 영어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영어 강좌를 쓰는 만큼 소설도 쓰고 싶고, 수필이나 시도 쓰고 싶은데. 어차피 내 블로그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하며 꿋꿋하게 소설이나 수필을 올렸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는 죄책감이 들었다.

블로그 구독자들은 영어 강좌를 원하는데 내가 또 다른 글을 올렸구나.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또 엉뚱한 글을 썼구나.

그런데 스팀잇은 달랐다. 많은 분들이 내 영어 강좌뿐만 아니라 독후감이나 심지어는 소설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과분한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글의 보상에서는 차이가 났지만, 팔로워 분들의 댓글과 호응의 정도에서는 영어 강좌와 소설/독후감이 전혀 차이가 없었다. 나는 그게 눈물 나게 고마웠다.

아무런 죄책감이나 망설임 없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 글에 대해 응원과 격려를 받는 것. 이것이야 말로 콘텐츠 창작자들이 꿈에서도 바라는 바 아닐까. (게다가 보상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예전에 썼던 시를 한편 들고 왔다. 정확히 2년 전, 아직 추웠던 2016년 3월에 쓴 자작시다. 소설은 얼렁뚱땅 써본 적이 있는데 시는 시도해본 적이 별로 없다. 자신은 없지만 용기 내서 올려본다. 스팀잇이니까.



봄인줄 알았다


행복했다.

우리는 웃었고, 서로를 놀렸고, 손을 맞잡았다.

깔깔거렸다.

이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다.


봄인 줄 알았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맑은 꽃망울 터뜨려

축제를 즐길 일만 남은 줄 알았다.


지나고 보니 넌 그저

추운 겨울,

따스한 햇빛 내리쬐던

어느 오후 한 나절이었을 뿐.

덧없는 꿈이었을 뿐.


봄인 줄 알았다.

사계절 지나면 다시 돌아올,

내가 신경을 안 써도 때 되면 당연히 거기에 있을.

어차피,

봄인 줄 알았다.


내가 사투를 벌여 꼭 붙잡아야 하는

너인 줄은 몰랐다.

안간힘을 쓰다 겨우 잡은 끄트머리를

허망하게 놓쳐버릴 줄은 몰랐다.


이제는 내 기억 속에서

눈물 속에서나마

희미하게 뒤척이는 너.


내가, 미안하다.

봄인 줄만 알았다.


민주주의여.



2016년 3월은 아직 추웠는데. 2017년 3월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제 진짜 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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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여름이 되듯...
우리 맘속에...옆에 있는 사람이...
모두 모두가 느끼는 봄이 되길...
그리고 그 봄이 여름이 되어가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바래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네요...!

제가 느낀 것을 함께 느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 민주주의여!에서 뒷통수를 강타당한 줄 알았어요 !!!!
브리님~~~~~~~~~~~~~~~~~!!!

뒷통수 괜찮으신 거죠? ^^;

해마다 봄이되면 입버릇처럼 왕소군의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을 외었는데
금년 봄은 예년과는 달리 따뜻하군요.

그렇죠? 불어라, 훈풍아~!! :)

수필과 시, 마지막 눈밭을 뚫고 솟아오르는 꽃망울 사진까지
잘 어울리는 한편의 글 잘 읽고 갑니다

추운 겨울
그래도 그대가 있어 따뜻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아 저도 기뻤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니 민주주의였다니.......... 대반전 입니다!

봄을 주제로 쓴 시였는데, 그땐 봄 하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떠오르더군요.

으아니 사랑시인 줄 알았는데 타는 목마름으로 끝날 줄이야

그땐 목이 너무 탔답니다. 이젠 봄비가 촉촉히 적셔 주려나요? :)

영어 강좌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브리님 글을 좋아하는 사람 여기요^*^ 마지막 대목에서 맘칫 했습니다. 민주주의여...’다시 읽어 봐야 갰습니다.

제 글 다 좋아해 주신다니 무한 감동입니다. ㅠ.ㅠ

정말요 영어관련글도 소설, 수필, 시도 다 애정이 가득한 나의 글인데 속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bree1042님의 시 처음에는 연애시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반전이..! '지나고 보니 넌 그저 추운겨울..' 마음으로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도티님! :)

시가 정말 좋습니다. 사랑시인줄 알았는데 뭔가 이념적인 시였네요~ㅋㅋ

저는 사랑시가 어렵더라고요. ^^;

충분히 잘 쓰실 것 같은데요?ㅋㅋ

아, 사랑에 관한 시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텅 하고 뒷통수를 맞았네요!

많이 아프진 않으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