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나는 새로운 꿈을 위해 옛 꿈이었던 사모펀드를 떠났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 역사를 좋아했다. 만주 벌판을 가로지르던 광개토대왕, 수나라 백만 대군을 막아낸 을지문덕 장군, 그리고 13척의 배로 일본 수군을 격퇴한 충무공까지. 영웅들의 이야기는 늘 내 마음을 뜨겁게 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말을 탄 장수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그 꿈을 마음의 상자에 넣어두었다.

굳게 닫힌 그 상자를 다시 열게 된 것은 친구에게 추천받은 월스트리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였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모건 가문. 인수합병. 조지 소로스. 만주 벌판은 없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의 일화가 있었고, 백만 대군은 없었지만 명예와 부를 놓고 벌어지는 쩐의 전쟁은 여전히 치열했다.

책을 내려놓을 때쯤에는 내 심장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도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월스트리트의 중심이라는 투자은행에 들어가고 싶었고, 콘크리트 정글을 거쳐 사모펀드에 도착하고 싶었다. 그렇게 무모하게도 나는 뉴욕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내가 원했던 사모펀드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은 도착지가 아닌 여정이다."

사모펀드라는 꿈을 향해 질주했던 내 청춘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그렇게 큰 포부와 기대감을 갖고 약속된 땅에 도착했지만 늘 그렇듯 현실과 이상은 괴리감이 있었다.

엄청난 업무량이 고되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철학적으로 맞지 않고 또 의미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다고 느껴지는 게 더 힘이 들었다. 그리고 내 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자 본질적인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고생을 해서 투자를 성공한다면 그것이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결국 회사가 돈을 조금 벌고 또 회사의 경영진들이 조금 더 많이 버는 것인가? 이게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일까?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들을 돕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사모펀드 또한 큰 그림에서 봤을 때는 사람을 돕긴 하지만 나는 회사와 경영진 그리고 투자자가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 외에도 다른 사회적 변화를 원했다.

지인들에게 이런 심정을 털어놓자 세상 대부분의 직업이 내가 원하듯 큰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핀찬을 주었다.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 나는 연봉이 더 적고 명성이 떨어지더라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한때 내 꿈이었던 사모펀드를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적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한여름 밤에 도라지로 위스키를 만드는 것만큼 패기에 가득 차고 황당한 결정이었지만 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물론 생각했던 것만큼 담벼락의 반대쪽 삶이 따뜻하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내가 하는 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큰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여기까지의 자세한 여정은 내 연재 수필을 통해 천천히 이야기하고 싶다.




내 새로운 꿈은 대한민국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는 선한 일을 후원하는 것이 아닌 선한 일에 투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펀드가 10의 이익을 기대한다면 5의 이익을 기대하는 대신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투자자가 되고 싶다. 목적은 사회주의지만 수단과 방법은 자본주의인 해결책을 찾아보고 싶다.

선한 투자를 통해 좋은 공동체와 회사를 만들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 바로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다. 지금은 타지인 뉴욕에 있지만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가 내가 생각하고 꿈꿔왔던 것들을 펼쳐볼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그 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What you vividly imagine, ardently desire, sincerely believe, and enthusiastically act upon must inevitably come to pass."

"당신이 생생하게 꿈꾸고, 불타게 염원하고, 진정으로 믿고, 열정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필연적으로 실현될 수밖에 없다."




[199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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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후원과 투자의 에너지-힘과 주인정신의 차이가 느껴지네요.
풀봇!

아이고 감사합니다 타타님 ^^!

풀봇을 부르는 글입니다. 마지막 인용구가 Paul J. Meyer 였죠?

보통 금융계에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 현실 업의 괴리를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원하시는 일을 하시면서 보람찬 삶을 영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보팅이 귀한 요즘 감사합니다. 글로리 님도 그 어렵다는 콴트 분야에 종사하시는군요. 같은 금융업에 종사하시는 분으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다른 사람이 인용한 것을 들어서 Paul J Meyer의 quote인줄은 몰랐는데 찾아보니 그렇네요 ㅎㅎ 오늘 또 새로운 지식을 얻고 갑니다 ^^;

퀀트라고 말하기는 아직 민망한 수준입니다.

다음에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정말 큰 포부를 가지고 계시군요. "사회를 위한 투자자"

양목님도 정말 큰 포부로 스팀잇에서 멈추지 않고 정진하시는 것 같습니다 ㅎㅎ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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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뜨끈뜨근 합니다~ 글을 읽는동안 기운이 싸악 전달되는 느낌이네요^^ 멋지십니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네르바님 꿈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새로 옮기신 부서에서는 원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지요? 가이드독 관련 글도 봤는데 운영하시느라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넵 옮긴 이후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역시 행동만이 변화를 가져오는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꿈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응원합니다!

사실 제 꿈은 럭키님 처럼 스팀잇에서 멋진 네임드가 되는 것입니다 ㅋㅋ 늘 화잇팅입니다!

꿈과 열정이 가득하네요~~~~(그것도 아주 현명하신거 같아요)
미네르바 님의 열정을 응원해요!

젊은이의 패기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이야 이렇게 쓰지만 또 실제 생활은 동떨어진 부분이 많네요 ^^;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 나는 연봉이 더 적고 명성이 떨어지더라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한때 내 꿈이었던 사모펀드를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적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한여름 밤에 도라지로 위스키를 만드는 것만큼 패기에 가득 차고 황당한 결정이었지만 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미네르바님까지는 아니지만 좀 다른 의미에서 비슷한 결정을 하며 사는 저는 미네르바님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는지 짐작됩니다.

사실 그동안 하늘님 글을 자주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글에서 말씀하셨듯 공금을 사용할 때 계산서를 철저히 처리하시는 모습이나 이번 스팀시티에 힘을 써주시는 모습을 보며 참 책임감이 강하고 배울점이 많은 분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짧은 기간내에 깊은 생각을 나누기는 어렵겠지만 여기서 오래 함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들 중 하나입니다.

제 글들은 언제부터인가 그냥 안물안궁 형식의 글들이 위주라서요. ^^;;
스팀잇 가입 초창기처럼 고퀄리티 컨텐츠 생산보다는 사람들 글을 읽고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아서요. ㅎㅎㅎ 미네르바님... 제 글 자주 안읽으셔도 됩니다. 다른 좋은 글들 읽기에도 한정된 시간이니깐요.

저도 미네르바님의 글을 우연히 접하고 제가 좋아하는 그 분과 이어지는 인연이라 가끔 생각이 나거나 우연히 보게 되면 종종 놀러오고 있답니다. 저도 미네르바님 생각처럼 스팀잇에서 오래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여기에 있는데 그 중에 미네르바님이 계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