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잡담
프로 글쟁이는 글감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아니, 글감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점점 프로글쟁이로서
자격 미달로 향하고 있다.
예전에는 만화, 시사, 리뷰, 등등 다양한 글을 썼는데
근래에는 코인 이야기나 스팀 이야기에 치중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에너지가 떨어지니 쓸 게 없다.
요 근래 나는 글을 쓰는 원동력을 감정적 에너지에서
얻고 있었다.
화가 나면 글을 쓰고, 혹은 뭔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을 쓰고...
그러다 화도 안나고 기대도 안 되면 아무 쓸 게 없어져 버리는 거다.
이건 단순히 보팅을 기대할 수 있는가와는 또 다른 문제다.
나도 여기서 일년 반동안 수백개의 글을 쓰다 보니
어떻게 쓰면 보팅을 얼만큼 받겠구나 하는 감이 생겼다.
아마 예전에 부계정 까지 동원해가며 여러 사람을
연기한 사람도 그런 감을 동원한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보팅만을 위한 글쓰기를 할 바에야
그냥 다른 알바를 하는게 더 낫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감정을, 생각을, 더 나아가
자신의 영혼을 글에 투영하는 행위다.
때문에 글이 나온다는 것은 이 순간 지금의 시류에서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하게 된다.
그게 잘 맞아 떨어지는 글은 사람들에게 감동도 주고
보팅도 많이 받고 나도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글은 쓸쓸한 데이터 파편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스팀에 글을 쓰는 게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다른 곳에 쓰는 글은 큰 문제가 없다.
거기에는 내 하고 싶은 말을 할 뿐
남들의 시선이나 시류에 연연할 필요도 없으니
내 일상적인 이야기도 자주쓰고
화가 나는 일도 마구 쓰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런데 스팀은 가면 갈수록 글의 주제가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다.
어찌됐건 광장에서는 항상 남들의 평가를 신경써야 한다.
관성이라는 게 참 무섭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
그리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참 그렇다.
축구를 보면 첫 득점을 한 팀의 승률이
통계상 압도적으로 높다.
그 첫 득점이라는 것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전술선택의 다양성등이 있기 때문이다.
다전제를 하는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패패승승승 같은 극적인 역전의 경우도 있지만
말그대로 극적,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처음 이기는 팀이 결국 우승하기 마련이다.
이런 관성은 우주의 법칙으로 통용된다.
우리 인간만 그런게 아니라 애초에 우주의 법칙이
그렇다는 뜻이다.
거의 처음에 정해진 대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그래서 첫인상, 첫경험이 중요하다.
학창시절 매번 새학기가 되면 선생님은 달라져도
하시는 말씀은 거의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인간관계가 그렇다.
처음에 정해진 관계가 거의 그대로 간다.
안 좋은 인연으로 시작한 사람은 그래서
계속 악연이 된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자수성가한 사람,
개천에서 용 난 사람들도 있으나
그들은 극히 소수다.
대부분 태어난대로 산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풍족하게 자라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적으로 높은 계급의
직업을 갖게 된다.
반대로 대부분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은
힘들게 살아가고 나이를 먹어도
하위계층의 힘든 일을 하고 살아간다.
관성은 우주의 법칙이다.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대부분 그렇게 진행된다.
물론 불가능은 아니지만 바꾸기는 대단히 어렵다.
대신, 한번 바뀌면 이 역시 관성이 생기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도 힘들어진다.
그러니 바뀌고 싶다면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은 바뀐 오늘의 관성으로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날에 대한 미련이 많다.
그래서 꿈에서도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꿈을 꾼다.
그런데 간혹 꿈에서마저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를 하는 일이 있다.
가령, 나는 내 학력에 미련이 남은 모양인지
꿈에서 다시 고등학생이 되거나
혹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그 꿈에서는
'내가 왜 이렇게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며
내 삶을 낭비하고 있지?' 라고 생각하며
그 꿈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꿈에서 깨고 나면 지금의 삶을 되돌아본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인지.
나중이 되면 지금의 이 일에 대해서도 미련이 남아
삶을 낭비했다고 후회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답은 모르겠다.
그저 어떤 선택을 하든 미련은 남을 수 밖에 없고
지금 내가 하는 행동들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수 밖에는.
올해도 정신차려보니 결국 2달 밖에 남지 않았다.
연초에 계획한 것중에 이룬 것은
일년 내내 실컷 놀고 싶다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남은 2개월간 그나마 연초에 세운 것중 몇개라도
더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busy로 처음 글을 써 본다. 이웃중에 고래가
많을수록 많이 찍힌다는데 얼마가 찍힐지 궁금하다)
[무플방지위원회] bot
이 댓글은 보팅 보상 2달러 이상이지만 댓글이 전혀 없을 경우 자동으로 댓글이 달리도록 개발된 것 같지만 사람이 직접 일일이 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
@cowboybebop 님이야 말로...
이 구절에 해당하는 분 같습니다..
어이쿠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ㅎㅎ
Busy 가 은근 짭짤하죠. 자주 글 써주세요!
제 글을 찾아주셨던 따뜻한 손가락을 기억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테니스 선수 정현의 글이었던 것 같아요.
다핑님의 글을 좋아하던 비행기가 생각납니다.
그녀도 글감이 떨어지지는 않았을텐데...
글을 쓰고 보팅을 받는다는 게 동기 부여가 될 때도 있지만
지치게 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떠난 분 중에 블로그에서는 활발히 계속 글을 쓰는 분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말이죠.
제가 떠 올리는 작가님의 근황을 혹시 다핑님은 알고 계신가요?
그분의 글도 읽고 싶습니다. 여기 돌아오란 말이 어려울까요.
가만 생각해보면 팬들이 이기적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공간인 것 같아요, 여기가.
(또 달라 지겠지만...)
다핑님도 지치지 마셔요. 감정이 기술보다 빠를 순 없습니다.
그러면 우주(우리가 아는?)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우주 , 생각도...
언제 어디서나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죄송하지만, 비행기라는 분이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스팀잇을 오래 쉬어서...;;;)
@outis410
여기서 만난 작가님들 어디서든 건투하시기를 바랍니다.
아.. 우티스님요...
(왜 비행기죠???)
본업이 본업인 만큼 작품 집필에 정신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도 본업을 열심히 하면 스팀잇을 할 시간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본업을 내팽개친 관계로...;;
busy의 입성을 축하 드립니다.
명성도, 스파와 이웃을 보고 보팅을 한다더군요.
그래서 하루에 저도 한 번만 이 곳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처음에는 익숙치가 않아서 그랬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되더군여.
거의 보팅이 작더라도 인기글에 올라 노출이 빠르더군요.~^^
확정 보팅을 해 준다는 점에서 든든하네요. ㅎㅎ
전 아직도 군대 꿈을 꿉니다... ㅋㅋ
남자라면 죽기 전까지 꾼다는...;;;
관성이 무섭네요. 항상 열쇠는 지금이구요..
저도 찌뿌둥한 몸을 지금 일으켜 세워야겠어요..
올해 2달은 뿌듯해야하니까요..
휴우..
그런데 그 관성 때문에 지금 바뀌려면
지금껏 해 온 만큼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게 문제죠.
ㄷㄷㄷ
관성의 법칙....이게 잘맞아 떨어지는경우도 많더라구요..
저는 busy만 씁니다.ㅎㅎ 역시 다핑님 많이 찍히네요.^^
오... 많은 거군요.
후후... 뿌듯하네요.
비지 보팅은 저보다 대략 2.5배 찍히셨네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저는 글이 길어야 보팅도 크다는 생각때문에 글이 부담이 된 적이 있었는데. 착각이더군요. 글이 길어도 중구난방인것도 있어서(...)
요즘은 그냥 생각나면 짧은글이라도 씁니다.
뭐든 쓰려구요.
신짜 실력은 줄이는데서 나온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