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가 되고 싶었던 소녀

in #kr7 years ago (edited)

여러분은 어린 시절 히어로가 있었나요? 그 시절 저의 히어로는 '말괄량이 삐삐'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릴때 "말괄량이 삐삐" 드라마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다시 봐도 너무 재미있는 거 있죠!

오늘은 문득 그녀가 그리워져서 책장 안에 깊숙히 있던 <삐삐롱 스타킹> 책을 꺼내 읽었어요. 잘 아시다시피 그녀의 이야기는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45년에 쓴 아동 소설 시리즈(3권)입니다. 아픈 딸아이를 위해 자장가 대신 들려주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냈다고 합니다. 1970년대에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고, 이후 연극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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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삐삐의 원래 이름을 아는 분이 계시려나요? 삐삐의 풀네임은 삐삐로타 델리카데사 윈도셰이프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 롱스타킹이라는, 이름 하나로도 기똥차게 매력적인 그녀는 천사 엄마와 식인종 섬의 왕이 된 선장 아빠를 두고 있는 백만장자이자 천하장사 소녀였죠. 불타는 빨간 머리카락, 주근깨, 감자코, 커다란 입, 양갈래 땋은 머리... 그녀의 모습을 잊을수 없어요.

어린 시절 삐삐의 엉뚱함과 쾌활함에 반해 그녀처럼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녀의 상상력은 세상 모든 사물에 의미를 불어넣는 발견가의 그것이었죠. 발칙한 공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때로는 배척을, 때로는 로망을, 때로는 시기를 받기도 하죠. 물론 저에게는 무한한 사랑과 부러움을 받았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세상의 이야기는 그녀의 상상에서 나온건지 실제로 그녀가 겪은건지 알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 누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보다 뒤로 나자빠지게 웃기고 재미있었죠.

뒤로 걷는 이집트 사람, 물구나무로 걷는 인도 사람, 종일 거짓말하는 콩고 사람, 머리카락에 달걀을 바르고 다니는 브라질 사람, 발을 베개에 올리고 자는 과테말라 사람, 공부 안하고 캐러맬만 먹는 아르헨티나 학교, 망토크기만한 귀를 가진 중국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상 사람들을 어서 가서 만나야지!"라는 설렘을 갖기에 충분했어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린 시절 꿈에는 자주 삐삐가 등장해 함께 여행을 하곤 했어요. 그녀의 커다란 신발을 두번 차면 하늘을 날아 오를수 있었죠. 저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날아 올라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어요. 높은 상공에서 그녀와 눈빛을 교환하며 어디쯤에 우리가 착륙할건지에 대화를 나누곤 했답니다. 그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티브이에 나오는 세상보다 훨씬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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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릴때 힘이 세다는 말을 곧잘 들었는데요, 덩치랑 키는 작았어도 힘은 굉장히 셌거든요. 그때마다 삐삐처럼 힘이 더 많이 세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상어를 맨손으로 때려 잡고, 무서운 호랑이로부터 어린이를 구할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고 싶었어요. 고약한 악당 라반으로부터 핫도그 할아버지를 구해주고,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고, 돈을 노려 침입한 도둑을 맨손으로 두드려주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죠. 마흔 세번 연달아 공중제비를 돌고, 회전목마에 올라타서 물구나무를 서고 싶기도 했었어요. 당시 저는 기계체조를 했었는데, 덤블링을 하고 물구나무를 설 때마다 삐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죠.

그리고 전 삐삐처럼 엄청난 부자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가방 가득 금화를 가득 넣어 옷장안에 넣어두었다가, 어느날 문득 밖에 나가 사탕 18킬로를 사서 동네 아이들에게 환심을 얻거나, 장난감 가게의 장난감을 몽땅 사서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해 주거나, 약도 한아름 사서 아픈 사람에게 공짜로 나줘 주고 싶기도 했어요. 아마 어린 시절 겨우 용돈 몇푼으로 연명하며 사는 것이 무척이나 답답해서 였을 수도 있지만, 삐삐처럼 마음껏,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요즘도 하늘을 나는 꿈을 종종 꾸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제 손을 잡고 있던 작은 소녀가 그립지만, 요즘은 그녀 없이 혼자서도 여행을 할만큼 많이 자랐다는 걸 알고 있는지, 그녀와 함께 여행하는 날은 아주 드물게 되었어요.

오늘밤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어요. 쿠르쿠르두트 섬에 가서 그녀를 만나 함께 해적놀이를 하고, 진주를 가지고 구슬치기 놀이를 하고, 침 뱉기 놀이를 하고 싶어요. 아직 그녀는 식인종 섬의 공주 노릇을 잘 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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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릴적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주근깨를 예뻐보이게 만든 소녀였는데. :)

맞아요. 주근깨.. .생각해보니 어릴때 주근깨도 몇개 있었던 것 같아요.ㅋ

누구나 마음속 히어로가 하나씩 있는가봐요
저는 빨간머리앤이 저의 로망이었는데...
삐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었어요~
초긍정주의 앤도, 에너지 넘치는 삐삐도
간만에 찾아보고 싶네요^^

아하! 저도 빨간머리앤 좋아했어요. 다음번 포스팅 예약이랍니다. 빨간머리 앤의 어록집이 나왔던데 사보려고 한답니다. 초긍정주의라는 점에서 공통인거 맞네요 ㅎㅎㅎ

삐삐역 하는 사람 전에 티브이에
나온적 있던디...

저도 정말 재밌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ㅎㅎㅎ 그러셨나요? 당시 어린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주었었나요?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삐삐아줌마??도 많이 나이드셨더라구요..ㅎㅎ
다시봐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이거랑 초원의 집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ㅋㅋㅋ 초원의 집! ㅎㅎㅎㅎ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ㅋㅋㅋㅋ 아이쿠야~~~~~~

에빵님 웬지 취향이 그려지네요
삐삐를 닮았을 것 같아요 ..첨엔 남자인줄 알았거든요 ㅎㅎㅎ

제가 좀 씩씩하긴 하지만 완전 소녀랍니다! ㅋㅋㅋㅋ 소녀로 기억해주세용!

에빵님은 진정 삐삐 매니아시네요ㅎㅎㅎ
그리고 삐삐이름이...풀네임이 진짜 대박이네요ㅋㅋㅋ
저도 자식나면 한번 저정도의 이름으로 도...도전??!!ㅋㅋㅋ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뭐 이런식은 아니겠죠? ㅋㅋㅋㅋ (아! 옛스럽다 ㅜㅜ)

제시카님 삐삐 그림이 더 예쁘네요...ㅎㅎ
옆집 남매와 점심을 먹고 테이블 보 채로 쓰레기 통에 버리던 통 큰 삐삐....
아빠가 나온 적은 있는 거 같은데 전혀 생각나지는 않네요..

앗! 그 척키 그림 말이죠? 지금 다시 보니 등골 오싹 삐삐더라구요 ㅋㅋㅋ 아빠는 배불뚝이 털보 선장이었죠.

처키 아니예요~
에빵님의 삐삐 예뻤는데요!!

뜬금없는 질문이긴 한데.. 삐삐와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은 무슨 관계인가요? 아무 관계 없..겠죠?

빨강머리... 엄마없는.... 초긍정 소녀들 ㅋㅋ

어쩐지... 제가 엄마가 없어서 감정이입한걸까요?

저는 성장하면서 삐삐에서 앤으로 자연스럽게 바뀐것 같아요. 초긍정소녀들! ㅎㅎ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저까지 에빵님의 동심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_+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어제 책을 읽다보니 동심으로 빠져들더라구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삐삐 정말 너무 재미있게 본 TV 영화입니다.
특유의 말투하며... ㅎㅎㅎ 성우분이 너무 재미있게 잘 한거 같아요^^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 ㅎㅎㅎ

성우 이주희씨로 기억되네요. 맞나?

ㅋㅋㅋ 노래! 풉! 성우 목소리 참 많이 따라했는데 말이죠. ㅋㅋㅋㅋ 입안에서 굴려가며 말해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