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 Day!

흐드러진 꽃잔치나 화려한 단풍구경이 아니라도 한번은 가볼 것을 추천하는 교토의 정원을 소개한다.

[ 쇼세이엔 ]

매화가 피기 시작한 이 아름다운 정원은 히가시 혼간지에 속한 정원이다. 3대 쇼군 토쿠가와 이에미츠가 13대 주지 센뇨 쇼인에게 이 부지를 하사 하였고, 센뇨 쇼인은 1653년 은퇴 할때까지 이곳을 거처로 사용하며 '쇼세이엔'이라 이름 지었다. 쇼세이엔은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 아, 매일 정원을 산책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라는 싯구에서 따온 이름이다.

처음 하사받은 부지 보다 축소된 크기라 해도 정원은 조금씩 다른 구조를 가진 정자가 연못과 다리로 이어지며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저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고요함 속에 잠시 생각을 놓아버리는 것도 참 좋겠다 여겨지지만, 개방하고 있는 곳은 정원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도 교토역에서 멀지도 않고 히가시 혼간지와도 멀지 않으므로 한번은 찾아가 보는걸 추천한다. 입장료는 500¥ 이다.

[ 슈가쿠인리큐 ]

교토시의 끝자락 위치한 황실 정원, 이곳은 입장료가 없는 대신 사전 신청을 하고 확정 메일을 받은 후 가이드가 동행하는 투어 형식으로만 진행된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신청인과 참관인이 동일한지 확정 메일과 신분증 확인을 한 후 입장한다. 신청은 < sankan.kunaicho.go.jp >를 통해 할 수 있다. 안내는 한국어 지원도 되지만 신청서 작성은 영어로만 해야한다. 영어라고 해도 이름과 주소 적는 정도라서 큰 어려움은 없다.

슈가쿠인리큐는 에도시대 초기 1656년에서 1659년까지 고이즈노오 상황에 의해 지어진 별장이다. 언덕을 따라 기미(上), 니키( 中), 시모(下)의 별장이 있는데, 그 사이를 소나무 길이 연결하고 가운데는 논과 차밭이 펼쳐져 있다.
크고 화려한 왕의 별장을 상상했다면 소박한 차실 정도의 건물에 좀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 속에 자연과 더불어 조성된 정원은 그 아름다움이 왕의 품위와 어우러진다고 여겨진다.
겨울은 벗어났지만 아직 꽃들이 피지 않은 지금도 이리 예쁜데 벚꽃이 흐드러지거나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얼마나 보기 좋을지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 엔코지 ]

슈가쿠인리큐 별장에서 한 20분 정도 한적한 골목길을 걸으면 엔코지에 도착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해서 가을에는 입장료 가격이 올라가고 미리 예약을 하기도 한다는데,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시기라서 그런지 정원을 둘러보는 사람이 고작 5명 뿐이었다. 덕분에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건 좋았다.

골목길을 걸을때 심지어는 집 앞에 세워진 차들을 보면서 청소를 안하면 법적 제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사찰 내의 정원을 가꾸고 꾸미는 것이 분명 수행의 한 방법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말끔하게 정돈된 정원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것이 스님들이 갖는 낙(樂)이 아닌가 한다.
현재 입장료는 600¥인데, 단풍이 절정인 때에는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