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점

in #kr6 years ago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말하는 1만시간의 법칙(대략 십년)이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것인지 결혼한지 올해 십주년인 지금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어느 가정에나 존재한다는 고부갈등도 확연히 나아지고 있다.(라고 쓰고 '덜 싸운다'라고 읽는다..)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 말하기를,
세상의 모든 고뇌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대부분은 여기에 공감할 것이다.

어찌됐건, 그 정도로 나와 다른 그와의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멀쩡하던 몸까지 병들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크긴 하지만,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우리는 고통에 빠지면서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등 그제서야 깊은 성찰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성찰을 통해 마냥 행복하기만 할 때는 얻을 수 없었던 어떠한 인생의 보석 같은 교훈을 얻게 된다.

시부모님과 살면서 인간관계의 갈등 외에도 삶의 기술이랄까, 이런 것을 체험하면서 내 무의식 중에 점점 그들의 언행과 습관들이 나에게도 스며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비교적 정상적인 궤도 안에서 살아가며 크게 불행을 느끼지는 않는 부류)과 불행한 사람(조금은 정상적인 궤도 안에서 벗어나 생활하여 불행이 마음의 습관이 되어버린 부류)의 차이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것은 행복한 사람은 작은 것에도 자주 의미를 느끼고 재밌어 하며 생활 속에서 웃을 거리(이야기 거리)를 잘 발견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우리의 자잘한 일상 속에서 의미와 재미를 잘 발견하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미식가는 세세한 맛을 잘 구분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저 맵다, 싱겁다, 짜다 이정도로만 맛을 인식한다. 아주 미세한 차이는 자신의 감각에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강력한 맛만 인식한다. 그 강력한 맛(쾌감)을 다시 맛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다시 불행한 상황을 자초하려고 난리를 피우기도 한다. 불행한 사람은 이미 그 강력한 감정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불행이란 감정은 아주 강력한 것이기 때문에 불행이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의미와 재미는 느낄 수가 없다. 느끼고 싶어도 발견하지 못 한다.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웃음의 기준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다. 굉장히 좋은 일이 생겼거나 아주 웃긴 일이 있어야만 겨우 한번 웃어주는 식이다. 그 사람이 웃음에 인색하고 싶어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그것이 재밌다고 혹은 의미 있다고 인식조차 못했기에 그저 '무심히'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누릴 수 있었던) 행복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나는 말수가 적다. 타고난 성격이 내성적인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딱히 조잘조잘 얘기할 이야기 거리, 즉 웃을 거리를 나는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내가 종종 생각하는 것은 '아니, 저게 저렇게까지 몇번이고 얘기할 정도로 재밌는 일인가? 가치 있는 일인가??' 이러한 생각이다. 쉽게 말해서, 나는 비교적 냉소적인 사람인 것이다.

시아버지께서 장을 보러 가셨기에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던 나는 시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저기 아버님, 김치 좀 사다 주세요." (외국에 살고 있는 나는 김치를 사먹는다)

"뭐라고? 잘 안 들리네."

"김치요. 김치!"

"어. 그래, 알았다."

잠시 후, 장을 보고 돌아오신 시아버지의 장바구니에는 김치는 없었고 믹스 커피 한박스가 있었다.

말수가 적은 나는 왜 김치는 사오지 않으신거냐, 다 팔린거냐 이러한 얘기는 물을 생각도 못했고 그저 김치가 없었나보다.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서는 넘어갔는데,

시어머니 왈: "김치는 사왔어요?"

시아버지 왈: "안 사왔는데."

어머님 왈: "아니, 왜 안 사와요?"

아버님 왈: "아니. 누가 사오라고 했다고 김치를 사와!"

어머님 왈: "아니, 당신 며느리가 사오라고 했잖아요."

아버님 왈: "뭐? 커피 사오라고 한거 아니었어?"

그 두분은 이 김치 사건을 가지고 한참동안이나 얘기하시고 웃으셨고 그 일을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도 다시금 반복해서 들려주시고는 또 다시 웃으셨다. 그 얘기를 들은 남편도 그 단순한 사건을 너무 재밌어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또 생각했다. '아니, 저게 저렇게 몇번이고 얘기할만큼 재미난 일인가?-_-?'
그리고 느꼈다.

'아.. 저들은 나보다 행복한 사람들이구나. 같은 것을 보고도 나는 웃지 않는 반면에 저들은 저렇게 몇번이고 즐거워하는구나. 저것이 저들이 나보다 행복한 이유구나..'

행복한 사람들은 본래 그 조건들이 불행한 사람보다는 나은 경우가 많지만,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그들은 같은 조건 아래에서도 의미와 재미를 잘 찾아낸다는 것이다.

<감정도 습관이다>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자잘한 행복의 감각을 인식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으로 자신이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을 기록하여 그 기록을 자주 들춰보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곱씹으며 다시금 그 긍정적인 감정을 되살려 보는 연습을 제안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불행한 사람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이 아주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가기에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 감정을 다시금 기억해내고 느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매운 불닭 맛만 인식하던 사람이 점점 심심한 밥알의 맛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알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이야기 할 거리가, 웃을 거리가,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해 할 거리가.

나는 태생적으로 적게 가지고 태어났다고 슬퍼만 하기보다는, 나는 많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보다 더 웃을 거리, 감탄할 거리를 많이 찾아내겠다고 다짐해보자. 많은 걸 가져도 그걸 잘 쓰지 않으면 소용 없다. 단 하나를 가졌어도 그것을 갈고 닦아 자주 쓰는게 더 중요하다.

오늘 웃을 거리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을 꽉 붙잡고 자꾸 느껴보자. 오늘부터 기록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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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이야기 잼있어요 :)
메가님~오늘은 어떤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 ~^^

아니 김치 이야기가 재밌으신 분이 여기 또 계시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ㅋㅋㅋ

ㅋㅋㅋ메가님 괜찮아요 그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죠, 내일은 잼있는일이 왠지 있을꺼같은데요!

누군가가 미워할 때 무슨 꼬투리가 잡혔다고 하지요.
보고싶은 사람에게도 꼬투리가 있듯
행복에도 꼬투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의 관건이 아닐까요

행복한 휴일 지내세요.

행복한 사람은 작은 것에도 자주 의미를 느끼고 재밌어 하며 생활 속에서 웃을 거리(이야기 거리)를 잘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거 제 이야기같은데요?ㅎㅎ 저는 자다가 꿈속에서도 웃기도 합니다.

아주 아주 공간감합니다.

책에서 본 문장인데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웃을 거리를 더 만든다. 굉장히 좋은 변화네요. ㅎㅎㅎ

긍정의 생각이 많은 걸 바꿀수 있겠지요.

주고 받는 대화에서 저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렸네요
이런식으로 행복함을 느낄수 있다면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싶네요

100% 공감가요.
이젠 행복도 습관이고 훈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3대가 함께 살 때
갈등 관계를 줄여주는
또는 나아지게 하는 큰 몫을 하는 건
아이들이 아닌가 해요.

아이들이 가족을 묶어주고, 이어주고, 갈등을 풀어주고, 웃음을 주고...

고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위대하다^^

메가님, 베스트셀러 책의 서문을 보는 듯 확 끌어당기는군요. 자신에 대한 성찰 정답입니다. 결국 내가 찾고 내가 변해야 하는 거니까요.. 아무튼 시아버지는 들으신대?로 사오신 거네요.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죠..해피해피,,,,

메가님 글 보고 행복도 습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요.
감흥을 잃어가는게 나이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가짐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