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 사이

in #kr7 years ago (edited)

법륜 스님께서 홍콩에 오셨었다.

스님의 유튜브 강연을 듣고 평생 처음 느껴보는 마음의 평안을 느껴본 뒤로 팬이 되었는데 홍콩에 오신다 해서 마음이 두근반 세근반.

직접 본 스님은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 같이 편안한 말투에 통찰력 있는 멋진 강연에 앞자리에 앉아 맞아. 맞아.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세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강연이 끝난 후 책 사인회가 있었는데 나는 마음 속으로 법륜 스님께 “제가 스님의 강연을 듣고 많이 변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등등의 말을 연습했으나 정작 떨리는 마음으로 스님께 사인을 받을 때는 너무나 부끄러워(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심하게 부끄럼을 타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90도로 꾸벅 하며 느닷없이 “건강하세요!!!”라고 외쳤더랬다..

활짝 웃는 (모든 것을 용서해줄 듯한..) 미소가 예쁘다는 칭찬을 종종 들어왔던 나는(막간 자랑..)너무나 진심으로 활짝 웃었던 덕분인지 사인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사진이 찍혀 법륜 스님의 카카오 스토리에 사인을 받는 나의 모습이 올라왔다.

그 사진을 본 친구 왈:

“너는 너가 찍지 않아도 알아서 찍어주는 사람이 있구나..”

암튼 별것도 아닌데 스님 카스에 내 사진이 떡하니 올라온 것을 본 그 날은 날아오를 듯 가벼운 발걸음과 지칠줄 모르고 올라가는 입꼬리로 내 생애 몇 안되는 행복한 하루를 보냈었다. (사진 찍히던 그날 좀 꾸몄으면 더 좋았을뻔 했다..)

법륜 스님을 본 그날 강연 내용보다 더 인상 깊었던 스님의 모습은 사인회를 할 때 내내 웃기만 하지 않으셨다는 점..!

무슨 말인고 하니 나 같으면 비록 피곤하고 웃고 싶지 않아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사인회를 할 때도 억지로라도 계속 웃고 있었을 것 같은데 법륜 스님은 사인을 해주실 때 억지로 계속 미스코리아 웃음을 짓고 계시진 않았다..

환하게 웃으실 때도 있으셨지만 피곤한 기색을 굳이 감추시지 않고 종종 무표정으로 사인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곤 나는 스님께서 계속 미소를 지으셨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느꼈다.

굳이 억지로 잘 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

그 모습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느꼈고 그것은 스님 본인을 존중하는 태도로 느껴져 오히려 저런 모습(남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포스)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왔을 때는 백화점 문화센터에 혜민 스님의 강연회가 있어서 갔었고 사인도 받았으나 법륜 스님만큼 떨리지 않아 덤덤한 마음으로 사인을 받았다. (혜민 스님도 멋지지만 역시 연륜은 따라잡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혜민 스님을 뵙고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강연 도중 명상 동영상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오디오가 잘 나오질 않자 “오디오 처리 좀 빨리 해주세요~~”하며 재촉하는 조금은 차가운(?) 말투로 말씀을 하셨던 부분이다.

앞에는 많은 대중이 있었고 혜민 스님의 언행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스님은 굳이 착한 척(?)하려 내내 미소 짓거나 부드러운 말투만 고수하진 않으셨다.

이것 역시 법륜 스님을 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 같았으면 비록 속으로는 짜증이 났을지언정 많은 대중 앞에서는 나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는 척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사람인냥 억지로라도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를 유지했을텐데 따뜻함의 대명사인 두 스님은 오히려 그러지 않으셨다.

그 모습은 나에게는 그분들의 자신감으로 비춰졌고 오히려 그 분들이 가식이 없어 보여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인상을 주었다.

그런 두 스님의 가식 없는 모습을 보고 “어머 알고보니 차가운 사람이네.” 하고 실망한 대중들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분들이 남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를 어느 정도 내려놓았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분들은 입에 경련이 올 정도로 계속 미소를 짓다가 집에 가서 아무도 안 보는데에서 분노를 터뜨렸을지도 모른다..)

나의 그대로의 모습을, 어쩌면 남이 좋아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 그 모습까지 숨김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자신의 모든 면을 다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자기애.

그리고 타인에 대한 믿음.
자신의 이러한 모습도 편견 없이 받아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타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런 태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남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버릴 수 없는, 생존과 행복을 위해 필수적인 욕구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너무나 무리하게 자신을 꾸미고 억누르다 결국에는 자신이 지쳐버려 자신을 이렇게 만든 타인을 원망하게 되는 일이 없으려면 적당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타인에게 잘해야 한다.

사랑이 미움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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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쳐버려 자신을 이렇게 만든 타인을 원망하게 되는 일이 없으려면 적당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타인에게 잘해야 한다.>

또 저를 위한 맞춤형 글을 쓰시다니... 눈 감고 입가에 떡볶이 국물 묻힌 털알이도, 모든 것을 용서해줄 듯한 미소를 짓습니다 ^__________^

수많은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삿대질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내 자신 포함)이 일당백이고 절대반지이니 괜찮습니다. 사실 좀 자신 없어도, 내가 (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정말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같고요.

내가 호박꽃이면 호박꽃인대로, 할미꽃이면 할미꽃인대로 건강미 넘치게 무럭무럭 자라도록 물과 햇빛을 줄겁니다!! (아직 베댓이 없길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 뒤늦게 베댓발견했네요.. (시무룩)

으흠.... 제가 법륜스님 책을 다 읽진 못했지만(와이프가 가끔 인상깊은 글들을 저에게 보여준 정도?).. 거기에서 느껴지는 그분은 모든것을 다 이해해주실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법륜스님의 웃지 않으며 싸인하는 모습은 피곤하면 그럴수는 있다 치더라도..


혜민스님의 그러한 부분은 이해가 잘 되진 않는군요.
아... 참고로 혜민스님에 대해서는 저는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법륜스님만큼의 느낌이라고 봤을때..)

일단 저는 뭣도 아니긴 하지만 저랑 비교를 해보자면..
아무리 급하고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사람이 나쁜마음으로 그런일을 저지르지 않고서야 화를 내는건 아니지 않나 하는게 저의 생각이거든요..

그당시 상황이 얼마나 스님에게 짜증나는 일이었는진 모르겠지만, 굳이 차가운 말투로(메가님이 그렇게 느꼈다는 말은 아마도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표현하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싶네요.

듣는 분은 그분 대로 또 마음의 상처도 있으실 수도 있고 말이죠..

이건 자신감이나 신뢰 부분은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실제로 가보지도 않고 글만 읽고 판단한 부분은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당.. ㅎㅎ)


쓰고 보니 이글의 배댓!! calist님과 비슷한 생각이네요..

calist님은 참 표현을 잘하시는군요.. ㅎㅎ 저는 좀 삐딱하게 글을 썼는데.. calist님은 글쓰는 분까지 배려하여 쓰시는 저..마음... 훌륭하시네요 ㅎㅎ

@megaspore님 글을 읽을 때면
모르고 지내던 제 치부를 들여다 보게 됩니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고, 한심하기도 해요.ㅠㅠ

오늘 글을 읽지 않고
@megaspore님과 비슷한 상황을 만났다면
전 충분히 오해를 했을 것 같아요.
종교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스님이 왜 저래??!?!' 라며 비판을 했을 것 같아요. 비난은 아니구요.
비판과 비난은 아니더라도 '스님도 사람이구나' 하며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숨김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megaspore님이 말씀하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자기애', '타인에 대한 믿음'에 대해 하나하나 대입해 보며 생각을 하는데도

도대체 저런 행동은 어떻게 해야 나올 수 있는 거지?

이 의문에 대해선 제 자신을 설득시키지는 못했어요.

적당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타인에게 잘해야 한다.

이 말이 맞는 것인지...
한동안 고민을 좀 할 것 같습니다.

[베스트 댓글]

calist님 축하합니다~~~!!
오늘의 베댓으로 선정되셨습니다~~~~^^

항상 저를 생각하게 만드는 calist님의 정성스런 댓글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특히 오늘 남겨주신 댓글은 많은 댓글 중에서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고민만 늘어놓은 글인데 베댓으로 선정을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megaspore님의 글은 일상적인 글인 듯 한데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다른 글처럼 후딱 읽고 지나가는 일이 없네요.
정독할 시간이 없으면 일단 멈춤 후 시간날 때 다시 읽죠.
언제나 좋은 읽을거리 - 잡지(?) '좋은생각' 같은 - 제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전체적인 생각은 첫 댓글과 달라진 게 별로 없는데

적당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타인에게 잘해야 한다.

오늘은 이 문장이 저를 놓아주지 않네요.
처음 읽었을 때도 고민을 많이 했던 문장이지만,
지금의 고민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글의 전체적인 문맥 선상에서 그 의미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문장 하나만을 놓고 하는 생각이죠.

문장 하나만을 오롯이 떼어 놓고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결국 제가 처음 생각했던 반발이나 고민은 종교인에 대한 과도한 기대치와
편견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글이란 게 읽을 때의 심리 상태나 상황에 따라
참 다르게 읽히고, 비슷하지만 다른 감정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갑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베스트 문장 모음에 살짝 들고 갑니다~
제가 포스팅 할 때까지는 엠바고입니다~~ㅋㅋㅋㅋ)

네..^^ m모씨는 베스트 문장에 자주 들어가는 거 같아서 살짝 부럽네요..ㅋㅋ

저는 그냥... 적당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타인에게 잘하는거 같아요.. 아마.. 상처 받기 싫어서..용기가 없어서 그런걸거에요~~>< 그리고 그 방법으로 상처를 덜 받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조금 더 마음을 열어야겠죠..

저도 사회에서는 억지 웃음 자주 짓는 편입니다. 무언가 서비스를 부탁할때도 저도 모르게 '죄송한데' 가 붙더라구요. 그래서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텍스트로라도 그런 건 하지 않으려고 해요 가령 카톡으로 업무 문자 주고 받을때 이제 '!' '^^' 같은 건 잘 안붙이고 용건만 간단히 남기게 되더라구요 ㅋㅋㅋ

'죄송한데' 붙이는거 공감... ;ㅂ;...

저도 법륜스님 영상을 찾아보곤 했는데 늘 자상하시지는 않더라구요. 질문에 답하실때도 모범 답안만 하시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놀랐는데 사람에 따라 질문에 따라 맞게 대해주시는 것 같더라구요. 가끔 꾸짖기도 하고 질문하는 네가 더 나쁘다는 식으로 답을 주실때도 있어서 뜨악~하기도 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타인에 대한 존중과 믿음으로 그렇게 행동하고 답변하실 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마저도 닮고 싶은가봐요.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나오는 모습, 그것이 인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더 꾸며서 미화시키거나, 권위를 내세우려고 평소보다 차갑거나 거칠게 구는 경우들을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나오는 평균치가 그 사람의 인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꾸미는 일이 많기에 실제론 많이 마이너스해야 본 모습에 가까울 거 같네요.
그 스님들은 더하기된 인격이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가 인격인 수준을 추구하는 분들이네요. ㅎ

법륜 스님이 쓰신 책.. 참 좋죠.ㅎ
저도 몇권 읽어 봤는데 소장해도 될 정도로 퀄리티가 높더군요.
그리고 그런 강연회에서 사진 찍힌 것도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ㅋ
많은 사람이 사인회에 참석했고
그 중에서 그렇게 찍히고 뽑히신 것이니까요..

네 ㅎㅎㅎㅎ

제가 뽑히다니 참 영광입니다 ㅎㅎㅎ

법륜스님을 만난 기쁨에 진심으로 활짝 웃은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음의 기쁨이 전달된건지..ㅎㅎㅎ

자연스러운을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ㅎㅎ 아이러니한 거 같아요. 너 답게, 창의적으로 살아! 라고 사회는 말하는 거 같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유순하게, 유연하게 융통성을 발휘해 희생해 니렇게 말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ㅋㅋ

<유순하게, 유연하게 융통성을 발휘해 희생해>

정말 이게 맞는거 같습니다..ㅜㅜ
융통성을 발휘해 희생하길 종용하는 사회가 아닌지.. 겉으론 창의성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 라고 말하지만..

억지 웃음을 짓고 싶어서
연기수업을 수강했던 입장에서...

생각할.것이 많네요. 자신에 대한 믿음은 충분한 것 같은데 타인에 대한 믿음이 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

뭐든 좋게 보이는 것은 내가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뭐든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싫어하기 때문일거구요. 나에게 같은 상황을 대입시켜보고 나와 달라서 좋아보였는지, 나와 같아서 좋아보였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스님의 팟캐스트 애청자입니다. 좋은 시간 되셨겠네요. 팔로잉하고 갈게요^^ 함께 윈윈해요~

<뭐든 좋게 보이는 것은 내가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뭐든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싫어하기 때문일거구요. >

맞는 말씀인거 같네요..!!!
좋아했기에 좋게 보인거 같아요!! ㅎㅎ

나와 달라서 좋게 보였던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