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블록체인이 우리 내면에 던지고 있는 질문은? _ I-Space (1)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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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비트코인에 의해 탄생했다, 우리 모두가 사토시이다

2008년 10월 31일, 나카모토 사토시 Satoshi Nakamoto 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은 비트코인 백서 Whitepaper 를 인터넷상에 올렸습니다. 그는 철저히 익명으로 개발자들과 이메일로 연락을 취하며 비트코인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약 2개월 뒤, 최초의 비트코인이 탄생했습니다. 전 세계의 매스컴은 그가 일본의 한 중년 남성이라고 추정하였지만, 여전히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에 있습니다.

함께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조차 결국 '우리 모두가 사토시'이거나 '어느 누구도 사토시'가 아니다 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왜 사토시는 자신의 정체를 끝끝내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일까요.

이런 사토시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탄생 배경과 철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커다란 사회적 흐름 속에서 필요에 의해 기획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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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사이퍼펑크 Cypherpunk 운동의 흐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이퍼펑크는 생명체, 조직, 기계의 핵심 원리가 시스템 내의 정보와 메세지를 교환 관계라고 보는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 와 모든 권위에 반항하는 70년대 문화를 의미하는 펑크 Punk 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사이버네틱스의 측면에서 정보 기술들을 시장 경제 영역에서 제도화하고, 암호학을 채택하여 익명성을 유지하고자 하였습니다. 사토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개발하고, 중앙 권력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을 위한 혁명의 불꽃을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프로그래머이자, 사이퍼펑크 운동의 창시장 중 한 명인 에릭 휴스 Eric Hughes 가 1993년에 발표한 <사이퍼펑크 선언 A Cypherpunk's Manifesto>에는 그러한 정신이 잘 담겨있습니다. "프라이버시는 전자 기기 시대에 열린 사회를 위한 필수 가치이다. 정부나 기업 또는 다른 얼굴 없는 거대 조직들이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아마도 진짜 사토시는 자신이 세상에 드러나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전세계에 널리 확산되더라도 자신이 전면에 서게되면 탈권위와 탈중앙화의 시대 정신을 암호화폐에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을 것입니다. 동시에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경제 권력들의 포화를 맞았을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그는 비트코인과 자신을 결부할 근거를 철저하게 제거하였습니다.

글로벌 경제 안에서 탈권위와 탈중앙화가 진정한 의미에서 기술적으로 실현된 것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날, 블록체인의 시대 정신은 이러한 작은 한 사람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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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것이 오늘 날 우리 내면의 자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비트코인의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가 사토시가 된 것처럼 비트코인 탄생에 기여한 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모든 참여자가 곧 주인인 시스템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암호 화폐 시장에 투자하거나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면 온전하게 투명한 동시에, 자칫 발을 헛디디면 마치 영화 인셉션의 림보 Limbo -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무의식 상태의 내면 공간 - 에 갇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중앙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암호화폐 지갑의 비밀번호를 잃어버리면 영원히 그 계좌에 입금된 화폐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볼까요. 이러한 기술 발달과 사회 환경 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자아를 만들며 살아가게 될까요. 혹시 영화 메트릭스의 한 장면에서처럼 첨단 기술에 의해 익명성이 강해지거나 '나' 라는 경계가 무너지고,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림보에 빠지지 않고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을 근거 삼아 존재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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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우리 내면에 어떠한 경계를 그어야 하는 것일까

데이비드 크리스천 David Christian 은 빅 히스토리라는 책에서 인간과 우주 역사를 바라볼 때, 대폭발, 별의 탄생, 원소의 생성, 행성의 생성, 생물의 출현, 인간의 진화, 문명의 발달, 산업의 부상이라는 중요한 발달 단계를 문턱 Threshold 이라고 이름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산업의 부상의 끝단에서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창조해내는 작은 문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나'라는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나에게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나의 자아에도 어떤 새로운 영향을 미칠까요.

나라는 개인은 동시간에 소속 집단과 사회, 국가, 시대와 함께 존재합니다. 내가 현대 문명의 도시가 싫다고 산 속으로 들어가도 대한민국의 조세 체계는 끝까지 나를 추적하여 세금을 내도록 합니다. 내가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경제의 실체로서 저의 외면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앞으로 다가올 수 많은 물줄기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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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구텐베르그의 활자 인쇄술은 음성언어에서 문자언어로, 낭송에서 인쇄로, 청각에서 시각으로, 새로운 문턱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성찰하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소박하게 나 자신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근대의 거대한 분기점으로서 사람들의 외면과 내면을 분리시키고, 나에 대한 감각을 가져다 주었지요. 이것은 내면 세계의 가장 중요한 혁명이었습니다.

마샬 맥루한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구텐베르그 은하계에서 전자미디어 지구촌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표현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은 이미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고 있고, 디지털은 그들의 몸과 의식에 직간접적으로 결합되어 이 시대상에 맞는 자아 감각, 사고와 생활 패턴을 창조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미래의 가장 중요한 핵심 패턴은 바로 이러한 초-연결성 Hyper-Connectivity 입니다. 자아의 관점에서 초-연결성이 의미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과 내면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개체 단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개체는 곧 개인을 의미하고,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감정, 나만의 느낌, 나만의 기질, 나만의 특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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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의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는 뉴럴링크 Neural Link 라는 회사를 만들어 뇌에 초소형 칩을 심은 뒤 인간의 기억과 생각을 컴퓨터와 공유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에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사업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나라는 것의 경계는 도대체 어떻게 그어야 할까요. 과연 어디까지가 나의 영역인 것일까요.

앞으로 인간과 기계 장치의 연결을 통해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를 한다면, 우선 우리 자신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많은 전문가와 발달 심리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는 진정 새로운 과학 기술과 기계 문명을 온전히 책임지고,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을까요. 그러한 의식수준을 내면화하고 있는걸까요. 하나의 자아를 넘어서기 이전에 온전한 자아를 만들 수 있는걸까요. 미래의 혁신적인 사회와 건강한 개인을 위해 우선 균형잡힌 관점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잭 앵글러 Jack Engler 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 이전에 먼저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You have to be Somebody before you can be Nobody." 바람직한 성장을 통해 초월적인 개인이 되기 이전에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다음글에서는 나의 내면 I-Space 이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이 드러내는 일반적인 특징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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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통 양식 혹은 소통에 대한 확장에 대해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의 경계는 종종 나와 다른 사람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 - 결국 소통을 통해 차이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이 소통의 측면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스팀잇에 글을 올리면 나중에 수정이나 삭제가 안되는 것은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되기는 합니다. 저작권이나 개인 신상 문제들이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자아의 경계는 소통을 통해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생길 수 있겠군요. 좋은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멋진 글을 쓰시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eileeninmay 님 스팀잇에 들어갔다가 외국계 컨설팅 펌에서 일하시는 걸 알게 되었네요. 저도 IT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 공유할 부분이 많을 것 같네요. 저도 팔로우 할게요. ^^

문명이 인류의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밖으로만 치닫는 시선을 내부로 옮겨와야 겠지요. 파편화된 개인이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도 건강한 자아가 전제되어야 겠죠. 스팀잇에 유의미한 화두를 던져주셨네요. 인상깊게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분주한 일상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하는데 말이죠. 온전한 개인들이 나타나야 바람직한 사회도 가능할 것 같네요. 응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놀러오세요~

그렇다는것은 제대로자아가 형성되지않은상태에서는 모든것이 연결되어있다는것이 개인에 좋지않은영향을 미칠수도있겠군요

건강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잡한 세상과 연결되면, 그것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것에 의해 활용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여러 기술들의 발달은 난이도 높은 날카로운 검을 휘드는 것 같아요~

검을 잘 휘두를 수 있는 실력과 의식 수준이 되어야 겠지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랍니다.
이런 신세계를 저는 너무 모르고 있었군요.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에 너무 안도하게 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특이점의 시대라고 하지요. 앞으로 10년 뒤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상상도 안됩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팔로우 할게요! 자주 교류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뇌과학의 기술로서 한 개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것인가?

'앞으로 인간과 기계 장치의 연결을 통해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를 한다면, '

이 예기는 시도가 구체적 현실화가 될수 있다는 의미일 터인데, 그렇다면 수행을 통해 이루려는 타심통(他心通)이 기술로 이루어질수 있다는 것인데...

아직은 회의적입니다. 혹시 관련 서적 추천좀?

통합이론을 공부하셨으니 그 맥락 위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기술을 통해 개인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읽어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패턴을 데이터화하여 기록되는 형태가 되겠지요. 마치 깊은 명상 상태에 들어갔을 때, 일상과는 다른 뇌파가 감지되는 것처럼요. (윌버 카페에 윌버가 직접 명상 상태로 들어가면 뇌파 감지기가 반응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수행자들이 말하는 타심통은 일종의 현상학적 체험으로 그 온도가 직접 느껴지는 형태일 것이지 않으까 지레짐작하기에, 기술이 마음에 접근하는 경로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QAL로 보면 타심통은 좌상한의 접근 방식이고, 뇌파 감지기는 우상한의 접근 방식일 수 있겠지요.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 김재인의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세 권을 추천드립니다. 사실 저도 침만 발라놓고 읽지는 못한 책입니다. 다만, 비교적 양서이거나 유명한 책들이여서 살펴보시고 일독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민석샘 글들은 각이 잡혀있고 정돈이 된 느낌입니다. 추천 서적 고맙구요. 앞으로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답변감사합니다.

Peterchung 님, 감사합니다. 같은 스팀잇 뉴비로서 잘 적응해보아요!

디지탈 기술에 의해 개인개념이 촉발되고 이로 인해 개인의 몸감각이 더욱 첨예화될 수 있다는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morisson님 개인적 경험으로도 이 과정을 체험해보신 적이 있을까요?

도어즈의 짐모리슨은 디지털 기술이 없던 시절에 청각의 우주화를 충분히 실험하고 성공시키도 했어요:)

디지탈 기술이 개인들을 주인공 만드는 사례는 주변에 많은 것 같은데요 ^^ 요즘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이 유튜버라든데요. 저도 청각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서 음악을 들으면 그런 상상에 젖고는 하는 것 같아요. 짐 모리슨 끝내주죠.

밤비님, 여기서 봬니까 또 새롭네요. 밤비님의 위트 넘치는 글을 배우고 싶어요. 스팀잇에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제가 몰랐던 사실들을 요즘 스팀잇을 통해 정말 많이 얻어가는 것 같네요. 특히 엘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저게 만약 된다면 조금 무서울 것 같네요..ㅋㅋ

미국에서 뇌과학을 공부한 친구가 뉴랄링크에 입사 지원을 했었는데, 엘론 머스크와 함께 공동대표로 한국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 어떻게 될지 무섭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기고 합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잭 앵글러의 말이 굉장이 와닿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한 개인 Somebody 이 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좋은 글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님께서 좋으니 저도 좋아요 ^^

이렇게 좋은글을 적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스팀잇을 조금만 빨리 알았다면ㅠㅠㅠ
이거 책을 굳이 살 필요가 없었네요...
이런 정보글들을 써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이렇게 많이 계실줄이야...ㅠㅠ

하트 뿅뿅 감사합니다 ㅋㅋ 저도 얕고 깊게 알 뿐이예요. 글을 쓰면서 공부를 하게 되네요.
자주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