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고치기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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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영역에서 믿음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믿음이라는 건 태도와 말투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전문적 식견에 진심을 담아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도록 말하려 할 때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또한 자본에 지배당하는 사회에서 믿음은 종종 재화와 용역의 대가를 느낌상 싸게 구매했을 때 생기기도 한다. 가령 3단 데크 오븐을 근처 음식점에서 우리 가게 주방으로 이전 설치하는데 100만 원을 지불한다면 그 일을 잘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믿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코끼리 물 마시듯 전기를 잡아먹는 커다란 오븐을 주방에 설치하기 위한 전기 공사에도 100만 원이 필요하다면 마찬가지로 루비콘강보다 넓고 깊은 불신의 골을 전기 기사와 공유할 것이다. 도합 200만 원, 오너가 지불했지 내가 하지는 않았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믿음을 주는 카센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차가 고장 나면 동가식 서가숙하듯 이 카센터 저 카센터를 전전하게 되는 것도 결국 믿을만한 카센터를 찾지 못해서다. 그러다가 1급 자동차 정비소를 찾게 되는데 1급이라는 표현이 개인적인 믿음을 공신력의 단계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력이 특출하거나 바가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자주 찾는 카센터가 있었다. 우리 동네 가가상점(이상점에 이어 업계 2위 대형 마트) 3층에 위치한 어느차든 차수리점이라는 곳이다. 가가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동안 차를 맡길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어느차든 차수리점에는 믿음이 가는 정비사가 있었지만, 다른 정비사가 정비하는 불상사가 한두 번 발생하다 보니 찾지 않게 되었다. 그 후에는 1급 자동차 정비소에 맡겼는데 별로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단지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가 큰 몫을 차지했다.

3주 전 아침 기온이 뚝 떨어져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보험사 긴급 출동 서비스를 이용해서 시동을 걸고 출근했다. 저녁에는 시동이 걸리길래 별문제 없나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다시 긴급 출동 서비스를 불러야 했다. '나 꾼이오' 라고 얼굴에 쓰여있는 그 1급 정비소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곳은 가가상점의 어느차든 차수리점이었다. 다행히 예전의 믿음 가던 젊은 정비사가 일하고 있었고 알고 보니 그가 사장이었다. 다른 정비사 없이 혼자 일하고 있었다. 배터리 파워를 재더니 교체 시기가 많이 지났다고 했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동안, 시동 걸 때 나는 끼리리릭 거리는 소음에 관해서 물어 보았다. 나는 팬벨트가 닳아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정비사는 팬벨트 위에 놓여진 어떤 오일라인에서 샌 오일이 벨트 위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벨트에 묻은 오일 때문에 차가 열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런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먼저 오일라인을 바꾸고 나서 운행을 해보며 팬벨트 상태가 어떤지 살피는 게 낫다고 했다. 오! 믿음이 확 생기는 답변이다. 다시 오길 잘했다. 바로 고쳐달라고 했으나 부속 공급이나 수리 시간이 꽤 걸린단다. 그럼 부속이라도 먼저 구해 놓으라고 했는데 그러면 계약금을 조금 걸어야 한다길래 그러겠다고 했다. 배터리 교체 비용을 결제하면서 그 젊고 믿음 가는 청년 사장은, 다음 주에 오실 거면 미리 전부 결재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기분 좋게 그렇게 했다. 다음 주 수요일에 시간이 난다고 했더니 그럼 오전에 오라고 했다.

그 다음 주 화요일 밤에 술을 과하게 마신 탓에 수요일 오전을 잠으로 날리고 잠을 깨서는 기운이 없어서 오후 네 시까지 비실대다가 느지막이 가가상점의 어느차든 차수리점을 찾아갔다. 사장 혼자서 정비하는데 차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오늘 안으로 정비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젋고 믿음 가고 부지런한 청년 사장은 늦게 오셨기 때문에 오늘 안으로 수리가 어렵다고 했다. 언제 시간이 나냐길래 일주일에 한 번밖에는 시간이 나지 않고 다음 주에는 목요일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 목요일 오전에 가기로 약속했다. 사장은 카센터가 근처로 이사한다고, 만약 그날 오지 못하면 새 카센터를 오픈한 다음에나 수리가 가능할 거라고 했다. 오픈은 두 달 후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 때문에 그 다음 주에도 목요일이 아닌 수요일에 쉬게 되었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이나 오전에 얼른 가면 될 듯해서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수요일 오전에 부지런 떨며 어느차든 차수리점으로 향했다. 업계 2위 가가상점은 매달 2, 4번째 수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그날은 4번째 수요일이었다. 어느차든 차수리점은 가가상점 3층 주차장에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층으로 향하는 주차장 입구와 출구 쪽으로 가 보았지만, 관리 철저한 대형 마트답게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일주일이 또 지난 이번 주 수요일, 가가상점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카트들이 건물에서 주차장으로 상품을 연신 나르고 있었다. 그러나 3층의 어느차든 차수리점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젊고 믿음 가고 부지런하고 돈까지 번 청년 사장이 에누리 없이 두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듯이 찬 바람은 쌩쌩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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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어쩌나?
저도 차 맡길 때마다 찜찜하더라고요.
단골인데도 갈수록 엉망이라...
그렇다고 바꿀 곳도 마땅치 않고....

무튼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나면 좋겠네요

맘에 드는 곳 찾기가 쉽지 않죠..
그나마 여기는 맘에 좀 들었거든요..
기다려볼까 생각중이에요.

언제나 선택이중요해요 ㅎㅎ

이것과 저것 중에서 항상 안좋은 선택을 하게되죠..ㅎ

편안한 밤 되세요:]
오늘도 디클릭!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살면서 타이밍이 참 중요한것 같아요^^;

삶은 타이밍이다!! 공감합니다...ㅠㅠ

이런...ㅋㅋㅋ
두달을 어찌 기다린대요..

계절이 바뀌길 기다려야 합니다....ㅋㅋ...ㅠㅠ

하아.. 이런 일이. 두달 씩이나.

뭐 두달,,,,, 금방이죠... 금방일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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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네요.ㅎㅎ 저라면 중간에 전화라도 한번씩 해줄 것 같은데...ㅎㅎ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건 저니까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ㅠㅠ

가차없는 사장님이시네요;;;;
'어느차든 차수리점' -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어느차든 쉽지 않은 차수리점.
꼼짝없이 두 달을 기다리셔야 하는건가요? ㅠㅠ.... 으어..

그 카센터 이름은 애니카 카센터입니다... 공개해버렷!!
두달, 금방이지 않을까요...ㅠㅠ

가끔 전 진짜 바보라고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ㅋ 한글로 번역한 이름이였군요. ㅋㅋㅋ
그럼요 유니콘님 금방 지날 거라고 생각해요 ㅎㅎㅎ!

덧붙이자면 가가상점은 홈플러스...ㅋ...

집가 더할가...

용서해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 친근감있고 좋네요. 앞으로 유니콘님 글의 상점 이름은 한 번 더 생각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

그럼 에누리 없이 두 달 동안 차없이 지내셔야 되는건가요~
불편하시겠어요~

차는 굴러갑니다. 소리가 나는게 문제일뿐이에요..
이러다 오일이 다 새면 주행중 퍼질지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