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인센티브의 변화는 삶의 질을 변화시킨다.

in #kr-politics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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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잃어간다며 무작정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이 있지만 세상에 희소한 무언가가 있고 희소한 무언가가 삶의 질에 기여하는 순간 그 희소한 무언가를 두고 경쟁이 일어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과거에는 온전히 신분과 권력이 누가 무엇을 가지는가를 결정했다. 지금도 신분과 권력의 영향이 없지는 않고 오히려 여전히 크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지금이 더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희소한 무언가가 없으며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이 필요한만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이와 같은 경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일들이 있다.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소비를 한다. 만약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 서비스는 아무리 사람들의 삶의 질에 많은 기여를 한다고 해도 더 이상 확대될 수 없다. 아무도 소비하지 않기에, 그 서비스는 발전은커녕 유지조차도 하기 어렵다. 상품의 내구성이 너무 높다면 재구매율이 떨어지고,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면 해당 상품을 통해 얻는 수익은 끊임 없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상품의 내구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내구도가 너무 높아서 생산이 중단되었다는 물걸레도 있지 않은가.

고객들의 삶의 질에 최대한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이상 고객들의 삶의 질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비극은 기업들이 수익만 좇을 당위성을 주기도 한다. 선발주자들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위해 노력하다가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파산하는 모습을 보는 후발주자의 심경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기업들은 독해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을 마냥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이 고객만을 위하면 더 이상 고객을 위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제약회사는 끊임 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환자라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질환을 만들어내고 상품을 판매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더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록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임중독을 질환으로 등록하는 것으로 많은 단체가 수익을 얻는다. 희귀병은 희귀하기에 치료가 어렵기도 하지만 수익성이 부족해서 연구부터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비용이 많이 드는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지 않으면 병원은 수익을 내지 못 하며, 예방에 집중하여 아무도 환자가 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지 못 한다.

마티아스 물렌벡(Matthias Müllenbeck)은 TED에서 의료계가 얻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환자를 치료할 때 치료비의 명목으로 수익이 발생하는게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환자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 없이 건강한 일수에 따라 의료계에 건강료를 지불하자는 것이다. 의료계가 경제적 인센티브가 얻는 방식이 이처럼 변화한다면 의료계가 수익만을 고려한 일회성 치료 대신, 환자의 완치를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대인이 앓는 다양한 만성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다각도로 접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소수의 타락한 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질환을 만들어내는 것과 반대로, 환자를 누락시키기 위해 노력할지 모른다.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어도 이를 질환으로 등록하지 않고, 원인불명의 통증 내지는 환자의 정식적 문제로 미루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서비스의 문제와는 무관하게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부담을 의료계가 모두 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부족한 의료서비스의 결과로 발생한 환자들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것도 예리하게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무수한 헛점들이 있고 악용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다각도로 헛점을 파악하고, 악용의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행정관,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라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고 있는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노력하길 위해서 그들이 잘 하든 못 하든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리고 사람의 삶의 질에 있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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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이네요. 어떻게 변화하건 기득권과의 싸움이 마지막 관문이 되겠네요.

인간의 욕망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의미로든 인간은 지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해충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저도 상당 동의하는 바이고요.

소비를 해야만 순환이 되는 자본경제체계는 결국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게 될테니까요.

참고로, 5년간 다닌 저의 이전 직장은 전자제품 회사입니다. 굴지의 외국계 대기업입니다만, qc 단계에 내구성을 연구할 때 내구년한을 재구매 년한으로 동일시 여긴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전자제품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딱 그맘께 고장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단, 대충 그 년한이 지나도 고장 한 번 나지 않는 건 운이 좋아서라고 봐야 합니다. 그 회사의 qc 기술이 아직 덜 발전? 했다는 의미이지요.

좋은 글에 뻘소리만 늘어 놓았네요;)

우유님 댓글 읽으니 자괴감이 드네요 ㅜ ㅎㅎ 왠지 부정하고 인간이 지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변해야 할 것들이 많겠죠...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쳐야 한다면 세상은 점점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요.

결국, 타노스가 옳았나요ㅎㅎ

김리님께서 오늘 같이 경제와 철학과 사회를 접목시키는 글을 올려주실 때 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효능이자 한계점 같아요. 저런 문제들을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자본주의 2.0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 믿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원동력으로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하지 못하는 시장실패를 극복할 무언가가 오겠죠.

블록체인이 신세계의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그 형태는 알 수가 없지만) 기대해봅니다).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됨에 따라 조금씩 나아지겠죠.

수익에 때문에 제품의 질을 포기한다면 언제가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겠죠. 지금 멋진 마케팅에 가려져 있는 실체를 보아야할 때라고 생각이 듭니다.

말씀처럼 수익을 좇기 위해 제품의 질을 포기한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겠죠. 하지만 그 자리를 차지하는건 수익을 포기하고 제품의 질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기업보다 아주 조금 제품의 질을 '덜' 포기한 기업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시스템이 변해야 하는 것이죠.

마티아스 물렌벡(Matthias Müllenbeck)은 TED에서 의료계가 얻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환자를 치료할 때 치료비의 명목으로 수익이 발생하는게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환자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 없이 건강한 일수에 따라 의료계에 건강료를 지불하자는 것이다. 의료계가 경제적 인센티브가 얻는 방식이 이처럼 변화한다면 의료계가 수익만을 고려한 일회성 치료 대신, 환자의 완치를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대인이 앓는 다양한 만성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다각도로 접근할 것이다.

이거 너무 좋은 생각인데요!
경제적 인센티브를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택의 힘을 가진 자리로 진입하는 통로가 좁고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인류의 숙제가 되겠지요.

선택의 힘을 가진 자리로 진입하는 통로가 좁기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순수함을 잃고 타락할 수 밖에 없는거겠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의 책임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을 예방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라...생각을 뒤집는 멋진 아이디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러네요, 그런데 환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지만 언급하신 것처럼 환자를 숨기려고 하면 ㅋㅋㅋㅋ 더 큰 문제긴 하겠네요... 쉽지 않군요...

누가 나에게 돈을 주지?를 늘 잊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가 그님들 고용한거는 쌈박질하라고 주는게 아닌데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