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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언어의 사회학 - 누구나 이중인격자가 된다.

in #kr7 years ago

한국과 미국에서 둘다 살아본 사람으로 정말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고 여러 생각을 들게 합니다 ㅎㅎ 하나씩 적어볼게요.

  1. "언어 결정론"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어디서 읽은 얘기인데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아이들이 무지개의 7가지 색깔을 다 보지 못한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7가지 중 몇 개의 색은 자연에서 볼 일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참 신기하죠.

  2. 저도 한국어를 쓸 때와 영어를 쓸 때 목소리는 아니지만 성격이 조금 바뀌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쓸 때는 좀더 조심스럽고 정중하지만 영어를 쓸 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더 비꼬는 성향이 강해지는 것 같네요. 두 가지 이유인 것 같은데 말씀하신대로 (1) 문법적인 요인 때문에 뇌가 두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이 약간 다른 것 같고, (2) 언어를 배운 방법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어의 경우 부모님이나 학교를 통해 배웠지만 영어는 티비나 인터넷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네요.

  3. 두 문화를 비교하는 건 제가 좋아하는 토픽이기도 합니다. 영어는 기본적으로 직설적이고, 논리적이고, 또 sarcasm이 주가 되는 언어입니다. Sarcasm이라는 단어가 한국어로 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개념이 한국에는 잘 없죠. 농담 같은 것도 sarcastic 하게 하면 사람들이 빈정상해할 겁니다 ㅎㅎ 그래서인지 회의를 할 때나 논쟁을 할 때는 영어로 하는 게 좀 더 깔끔하고 일이 빠르게 처리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4. 반대로 한국어는 굉장히 시적이고 감성적이라 생각됩니다. 같은 색깔을 설명하는 단어들만 해도 수십가지가 되죠. 제가 배워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스페인어나 이태리어의 경우도 이런 정서가 많이 묻어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5. 하지만 위에 말한 두 차이도 제가 영어로 감정적인 소통을 할 일이 별로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심지어 영어로 뻘글을 써본적도 없고 연애를 해본적도 없으니...

  6. 좀 뜬금없긴 한데 만약 만화 좋아하시면 네이버 웹툰 중에 <세개의 시간>이라는 완결 웹툰 추천드립니다. 히나라는 대학생이 일본/한국 두 문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인데 어릴 때 유학을 온 사람으로 몰입이 잘 됐고 수긍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제 인생 최대 웹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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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도 사실 영어를 배운 환경을 생각할 일이 없었는데, 교육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페인어든 프랑스어든 저의 주된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 그런데 현재 미네르바님이 현재 영미권에 사시기때문에 제 입장도 많이 이해하시고 영미권 입장이 저에게 그닥 큰 입장대변도 안된다는걸 아시겠지요.... 하아 아쉽습니다. 제가 sarcasm 을 좋아라하지만 저의 실제 삶에 적용하기 쉽지 않고, 저의 정서와는 일정부분 떨어져있으니.. ㅠㅠ 미네르바님이 추천하신 웹툰은 제가 언젠가 꼭 볼께요!

밝은색, 어두운색을 지칭하는 어휘만 가진 부족민들도 각각의 색을 구분하여 인지할 수 있습니다. 다 보지 못하는게 아니라 마땅한 표현이 없을 뿐이죠. 문화별로 색상을 구분하는 어휘의 수는 제각각이지만, 채도를 구분하는 능력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지 못한다기 보다는 구별하지 않는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네요. 예를 들어 미국사람들은 무지개를 7색깔이 아닌 6 색깔이라고 말하거든요. 남색과 파랑색의 차이을 굳이 구별하지 않는거죠.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들은 turquoies라는 색(밝은 청록색입니다)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에 고려 청자를 보면 보통 "푸르다"고 표현하죠.

말씀하신대로 능력 자체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제가 그 부분은 잘못 표현했네요.

엇 지나가다가 흥미로워서 댓글을 달아요,
Sarcasm이 한국에 없진 않은 것 같아요.
저도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한국에서도 살아본 경험으로는 가끔 한국문화에 더 비꼬거나 냉소적인 뉘앙스가 더 많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 그건 문화가 아니라 주변사람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흥미롭네요 ㅎㅎ 요즘 세대는 좀더 익숙할수도 있지만 저희 부모님 세대 기준으로 생각해서 그런 결론을 내린 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