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17. 폭풍의 언덕 | 치명적 로맨스

in #kr7 years ago (edited)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치명적 로맨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문학의 대표적 소설이기에 검색만 하면 줄거리는 넘쳐나니, 줄거리를 적는 건 생략할게요.) 한 여자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그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었나? 그녀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었을까? 이렇게 많은 의문을 남긴 이 소설 <폭풍의 언덕>은 가난한 고아 히스클리프와 명문가 딸 캐서린의 로맨스를 다룹니다. 로맨스라고는 하지만 매우 어두운 소설입니다. 광기가 넘치는 소설로도 보입니다. 소설 도입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온통 검은색입니다. 중요한 부분에선 눈보라가 치고 비바람이 들이닥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온통 어두운 배경 속 로맨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읽는 내내 놀라웠습니다. 왜 수많은 책들이 이 소설을 언급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미치광이 같은 히스클리프의 사랑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 캐서린을 죽이고 자신마저도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들에서, 사랑의 정의를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했습니다. 단 하나의 소설을 발표했지만 그 소설은 탁월한 소설이더군요. 제가 만약 단 하나의 소설만 남겨야 한다면 이런 소설을 남기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은 단 하나의 사랑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캐서린이 사랑한 사람은 단 한 사람 히스클리프였거든요. 히스클리프가 사랑한 사람도 단 한 사람 캐서린뿐이었습니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가 아니라 부자와 결혼하지만 마음속엔 늘 히스클리프뿐이었습니다. 캐서린의 오빠가 히스클리프를 학대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이뤄졌을지도 아닐지도. 그리고 히스클리프가 마을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돌아왔더라도 캐서린의 행복을 빌어주며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아,,, 그랬다면 소설이 안 됐겠지만... 둘은 비참한 죽음을 맞진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캐서린은 부잣집에서 딸 아들 낳고 호화롭게 살았을 거고요, 히스클리프도 새 삶을 찾아 '옛날 옛날에 아주아주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라는 추억을 간직하며 살았을 것 같습니다. 그가 돌아왔더라도, 멀리서 가끔 얼굴이나 보며 행복을 빌어주는 소극적인 행동으로 살았을지도요. 하지만 어쩌면 히스클리프의 광기는 이미 학대당할 때부터 예고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가 학대당하지 않았더라면 광기를 부리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 암튼 이런 대작은 한 번 읽어서는 도통 서평을 제대로 쓸 수가 없겠군요. 머릿속에서 좀 더 정리해야겠습니다.

에밀리 브론테는 <제인 에어>의 작가 샬롯 브론테의 여동생입니다. 어라, 자매가 나란히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을 쓴 게 우연일까요? 저는 궁금해졌고 찾아봤습니다. 브론테의 아버지는 패트릭 브론테, 직업은 성직자(신부, 목사)입니다. 패트릭 브론테는 5녀 1남을 뒀는데요,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 우등생이었습니다. 박학다식하고 독서와 글짓기를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글짓기를 좋아해서 재능이 일찍부터 발달했습니다. 아버지인 패트릭 브론테는 집에서 아이들과 정치토론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정의감이 넘쳤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시와 소설 쓰기를 즐겨 했고, 아버지와 함께 독서토론도 즐겼습니다. 집에는 문학서적이 아주 많아서 아이들은 종일 서재에서 문학을 읽었고, 저녁이면 아버지와 함께 그날 읽은 문학을 가지고 토론을 했다고 합니다. 패트릭 브론테는 아내가 죽은 후 네 딸을 기숙사로 보냅니다. 그런데 가자마자 두 딸(마리아, 엘리자베스)이 죽고, 남은 두 딸(샬롯, 에밀리)만 돌아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자 갑자기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제가 성직자는 아니지만 20대 땐 목사가 되고 싶어서 신학을 하려고도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독서를 즐기고, 소설 쓰기와 시 쓰기를 즐깁니다. 집엔 문학서적이 엄청나고요. 아직 제 아이들은 (만)3살 1살이라서 독서토론은 못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반드시 독서토론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에밀리 브론테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니, '내 두 아들도 내 영향을 많이 받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에 자매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해준 아버지의 노력이 대단합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제 두 아들도 브론테 자매들처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청년으로 자라면 좋겠다는 욕심도 살짝 생겼습니다. 물론 두 아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지만요. 하하하.

"더욱 저주할 거야. 당신은 나를 사랑했어. 그런데 무슨 권리로 나를 버린 거지? 무슨 권리로...... 대답해봐. 린튼한테 느낀 그 하찮은 매력 때문이었나? (중략) 내 몸이 튼튼하다는 것이 더욱 원망스러워. 내가 살고 싶은 줄 알아? 내가 살아봤자 그게 어떤 삶이겠어?"

폭풍의언덕.jpg

ISBN : 978893100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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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중고등학교때 꼭 읽어야할 책이었지 많은 중고등하생들이 읽었던 아련하네요 그때의 시절이 ㅎㅎ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했었는데요, 중고등학생이 읽고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책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더랬죠. ^^

저도 중학교 때 읽어봤어요. 소설 보면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죠 ㅎㅎ

조마조마해가며 읽었어요. 너무 불쌍해서... ㅡ.ㅡ

앗 저도 이거 중학교 때 읽었는데 ㅎㅎ 이것은 어쩌면 중학교 필독서? 여하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고전도 재미있군, 하면서.

많은 분들이 중학교때 읽었네요. 아,,, 전 안 읽은... ㅎㅎㅎ

정말 오래 전에 읽은 작품이네요^^
보팅주사위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tip! 0.223

아핫,,, 당첨 감사합니다. 와우~~~

저도 학창시절에 강요 내지는 강압에 의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포스팅을 참고로 해서 성인이 된 지금에 새로 읽어봐야겠네요...ㅎㅎ달러벌어서 부자되고 싶은 dollarlove입니다 많은 성원부탁드립니다

강요로 읽은 것과 읽고 싶어 읽은 것과는 천지차이 같아요. 저는 스팀 벌어서 부자,,, 아니,,, 소설만 쓰고 살 정도만 벌고 싶네요. ^^

폭풍의 언덕 몇번이나 저도 본책입니다
나중에 영화로도 나와서 봤었는데 말이에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요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봤어요. 영화를 보며 느낀 건데, 소설을 안 읽고 영화를 보면 도통 무슨 영화인지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 ^^

혹시나 댓글만달리고 보팅이 안간다면 바로바로 답을 주세요^^
더러 피곤해서 안달리는것도 있을꺼같아요

아핫,,, 땡큐땡큐 ^^

잘 읽었습니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네. 우연히 알게 됐는데... 정말 흥미로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