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이야기] 간호사가 읽은 언어의 온도 - 더 아픈 사람

in #nurse7 years ago (edited)

by @carrotcake

그래도 5월보다는 워킹맘 생활에 몸이 적응을 조금 했는지 스팀잇에 들어오는 횟수도 잦아졌고...

벼르고 벼르던 '언어의 온도' 도 읽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위안을 얻어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하던 중하던 아픈 사람들은 치료도 필요하지만 위안도 필요하다. 

내가 전하는 따뜻한 온도를 가진 언어가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꽃이 되길 바란다.


직업은 못 속이나보다.

책의 목차중에 "더 아픈사람"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사실 목차 중 젤 처음이다.)


더 아픈 사람

아픈 손자를 데리고 지하철을 탄 할머니를 본 작가.

자기가 아픈걸 어찌 그리 잘 아느냐라는 손자의 질문에 

작가가 생각했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라거나 "할머니는 다 알지" 같은 식의 대답을 나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건, 더 아픈사람이란다...

라고 대답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환자들이 오랜기간 입원을 하게 되면 (예를 들자면 재활 환자, 암환자) 나름 연대가 끈끈하다. 

간호사 의사들이 아무리 그들의 증상과 상태, 치료법 등을  그들보다 잘 안다하더라도... 아파보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알 수가 없다. 

아프다 하면 진통제를 처방하고, 통증이 완화되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동원하여 그들의 통증을 감소시켜 주려한다. 

하지만 무엇인가 겉도는 기분이 드는건 그들의 마음의 통증까지 그런 약이나 대증 요법들로 줄여주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땐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의 해주는 따뜻한 언어들이 그들의 마음의 통증을 줄여 주는 것 같기도하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소아 병동 근무를 했던 신졸땐 내가 애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그냥 책에서만 본 지식으로 아픈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을 대했다. 

최대한 공감해주고, 격려해주려고 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코딱지만한 공감과 격려를 해줬던게 아니었을까...

해열제를 먹고 아이가 토했다고 간호사실로 나온 엄마에게 다시 해열제를 먹이라고 주면서 '약을 잘먹여야지..'라고 생각했었던...

차가운 얼음주머니를 몸에 대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가 너무 싫어한다고 안하고 있는 그 아이의 엄마에게 이러면 열경기를 할 수 있다고 겁을 줬던...(그때, 나는 그냥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었다.)

미지근한 물로 닦이면 자다가도 기절할듯 싫어해, 결국 그 아이를 부퉁켜 안고 있는  엄마에게 안고 있으면 엄마 체온 때문에 아이의 열이 안내려간다고 굳이굳이 아이를 내려서 몸을 닦아줬던...(그러는게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아이의 열 내리는것이 나의 임무였고 해결 과제였다.  

내 근무동안 그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으면 난 무능한 간호사고 일을 안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열을 내리는 방법을 거부하는 아이와 엄마들이 참 힘들었다. 이해도 안됐고...

그러곤 몇년이 흘러 나의 일호가 열이 났을때... 

그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 알면서도 미지근한 물로 닦이면 잠을 제대로 못자고 깨서 우는 아이를 부둥켜 안고 밤을 세우면서...

얼음 주머니따윈 차가워서 못하겠다고 애시당초 하지도 않고...

그래도 그나마 약먹이는 스킬은 있어서 약 먹었으니깐 떨어질꺼라 생각하면서..

역시 사람은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나에게도 이런 저런 상처가 생기면서 다시 병동 근무를 했을때,

신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같이 일하는 젊은 선생님들이 이해 못하겠다고 하는 일들도 나는 이해가 되더라...


아파 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할수도 있다. 


워킹맘생활을 하며 힘든 지금 순간들도 잘 이겨 내면 난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을 아프지 않게 할 수도 있겠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분노조절장애가 생긴 젊은 환자가 있다.

잘 지내고 있었는데 며칠전 갑자기 분노조절이 안되었던 사건이있어 다들 조심조심 하던 중에...

병무청에 외출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나보고 군대오래요.."

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나에게 말하길래...

같이 병무청 욕을 좀 해줬다. 

"우리 신랑도 군 복무 중이예요."( 출퇴근한단 이야긴 못했다. 너무 놀라길래... )

그랬더니 

"자긴 그래도 괜찮은 편이구나... 신랑이 군대에 있으면 정말 힘들겠다.." 란 말을 어머니에게 하고 있었다. 

울 신랑의 군복무가 그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책의 첫 챕터부터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작가도 이런 부탁을 했으니 난 잘하고 있는 것이리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 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리라. 


나의 스팀잇 책 선생님인 @holic7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좋은 책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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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에 홀릭7은 뭔가요ㅋ
이 책은 말이 필요 없는 책이죠^^
미션완료 감사합니다ㅎ

말해 뭐해~ 말해 뭐해~
송중기짱이 보고싶군요.

태그는... 기념? ㅎㅎㅎ

기념ㅋㅋ 리자님 센스쟁이ㅋㅋ
다른 책도 도오전~!!^^

태그를 놓칠뻔 했네요 ㅋㅋㅋ

동해번쩍 서해번쩍ㅋㅋ

왜 포스팅 안 올리는겁니까 선생 티 내는건가요.. 체력 딸리는거..

그러는 어르신은 왜ㅋㅋ
전 요양 중입니다ㅋ

아..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동접(동시접속)이군요...

요양이라뇨... 몸이 안 좋은건 아니겠지요... 저는 그냥 피곤할뿐입니다.. 국입국졸이잖아요..

집에서 할일이 없잖아요ㅋㅋ
저는 부득이 요양을ㅋㅋ
국입국졸보다 늦게 자서 피곤한건 아닌지요....

독서 선생님 퇴직하신겁니까...

<집에만 있어서> 배꼽 잡았던 우리의 유머는 저 멀리 추억 속으로...

잘지내셨죠? 코리아레몬입니다. 재충전하고 놀러왔어요~^^
저도 이 책 한번읽어봤어요 구절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오네요

더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 넘 공감 가네요...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아파봐야 아픈게 보이니깐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책은 책이니까요...

책이 몸에 베여 응용되지 않고 잘 사용되지 않으면 참 쓸때없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 안온사이에...ㅎ 복귀하셨군요!!
그 바쁜 틈에도 이렇게 알차게 스팀잇 활동을 하시다니...ㅜㅜ 존경스럽습니다!!!

ㅎㅎㅎ 전 어디 안갔었습니다. 찔끔찔끔 계속 오고 있었죠...

ㅎ 저두 읽었습니다.
좋은 책은 아껴서 음미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책이 그래요.
겪어 보기전까지는 알수가 없는 듯 합니다.

맞아요. 겪어보지 않고선 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알고 나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현장에서는 더욱 정해진 부분대로 해야 할 때도
많으니까요..오늘 저의 온도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에대핸 오렌지5008님의 언어의 온도는 적당한것 같습니다 .^^

저도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에요
언젠간 꼭 한번 읽어 봐야 되겠어요
할머니의 말 한 마디가 가슴을 찌르네요

책이 짧은 이야기가 여러개라 쉽게 쉽게 읽히긴 하는데...
생각할 것도 많아집니다.
양장본이고 그리 크지 않아 들고 다니면서 보시기에 좋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는 아픈 사람인것 같아요. 오늘 제가 알고 지내던 제가 좋아하는 분이 한국으로 귀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 사람들은 다 떠나... 라고 메시지를 남겼어요. 어떤 식으로든, 아프기 마련인 이 모든 관계가... 우리 모두에게 다른 모습으로 새겨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자 인생인 것 같아요. 리자님... 일하시고 다섯마리 키우시고. .. 멋진 남편분이랑 늘 행복하시길... 멀리서 응원해요. 아프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