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Sean): 어느 토라진 고양이의 모험 #1
The first part of a serial fiction told from the viewpoint of Sean, my cat
내 이름은 숀, 길에서 울보 몽땅이가 입양되기 전까지는 오남매 중 막내였다. 고양이인데다가 막내라고 해서 바보 같은 동화체로 이야기할거라는 편견은 접어주길 바란다.
아무튼, 요즘 들어 집에서 대접을 너무 못 받고 있다고 느낀다. 딱히 몽땅 때문만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조금 더 섭섭한 감정이 드는 것에는 걔도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몽땅을 정말 좋아하지만,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그 녀석 역시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아빠 몬티의 라인을 타버린 것!
오해는 없길 바란다. 나도 아빠를 무척 사랑하지만, 제이미가 아빠에게 애정을 집중하는 모습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아, 제이미는 우리집에 사는 인간이다. 그녀는 집사라고 불리기 싫어하는데, 사실 그녀의 의사도 이해는 간다. 철이 없는 그녀는 먹을 것을 절대 양보하려 하지도, 너그럽게 뒤치닥거리를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집사보다는 무서운 큰 누나 정도랄까.
가끔 누군가가 높은 선반에 올라갔다가 유리 그릇을 건드리거나, 비닐 봉투를 입으로 뜯는 소리가 나면, 제이미는 화난 목소리로 날 부르곤 한다.
"쇼오오온!"
기분이 좋을 때는 숑숑이라고 불러주지만, 요즘은 점점 그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아빠 몬티더러는 '몬티몬' 또는 '몽몽이', 딘 누나더러는 '딩딩이'라고 자주 부르면서...나는 그녀가 화난 소리로 부르는 '숀'일 뿐이다.
모든 고양이가 아빠처럼 먼저 사람에게 다가가서 안길 수는 없다. 나는 겉으로는 그나마 가장 아빠를 닮았지만, 훨씬 까다롭다. 내가 내킬 때만 제이미에게 다가가 다리에 몸을 비비는 것으로 족하다. 그녀가 손을 뻗으면, 자꾸 도망가고 싶다. 그럴 때면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빠를 닮긴 닮았지만 더 까칠하게 생겼어, 넌."
정말 흥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약간 멍해보이는 아빠에 비하면 나는 도도함까지 갖춘, 굉장한 미남형 고양이다. 둘 다 브라운 태비이지만 등의 무늬도 엄청나게 차이가 있다. 아빠는 속칭 고등어 무늬, 나는 마블 무늬다. 마블 무늬가 훨씬 고급스럽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심지어 마블 무늬를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은걸? 마치 인간들이 입는 고급 정장처럼.
고등어 무늬 vs 클래식(마블) 무늬
우리집에서 마블 무늬라곤 나, 그리고 큰엄마 까뮤 뿐이다. 큰엄마라지만, 혈연 관계는 전혀 없다. 까뮤는 아빠의 소위 큰 마누라라는데, 몽땅이를 제외한 우리가 전부 스코티쉬라면, 까뮤는 홀로 아메리칸 숏헤어 종이다. 사실 그 종에게는 마블 무늬가 거의 디폴트이니, 내 털이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나를 케이지에 넣고는 무겁다고 투덜거리던 제이미는 다른 인간이 보이자 매우 상냥하게 돌변했다.
의사는 진료가 끝난 뒤에도 계속 우리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쨌든 그 날의 진료 대상은 난데, 제이미는 의사에게 쓸데없이 다른 가족들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도 그 직후에 그녀가 내 털을 자랑하기 시작해서, 조금은 흐뭇해졌다.
그런데, 고등어 무늬 아빠와 까만 엄마 사이에서 내가 나왔고, 털 무늬만 보면 큰엄마 까뮤와 똑같다는 얘길 들은 의사는 이렇게 질문했다.
"혹시 걔(까뮤)가 아빠 아닌가요?"
제이미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아뇨...까뮤는 여자예요."
멍청한 사람 같으니, 분명 까뮤가 여자인거 얘기했었는데.
까뮤가 만일 아빠였다면, 우리 아빠보다 드세니까 서열이 더 높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나는 더 만족했을까. 지금의 나는 아빠만큼 귀여움 받지도, 몽땅처럼 막내 짓을 맘놓고 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집의 서열은 아빠 아래로 쫙 한 줄로 뻗어 있는 것이다.
한참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제이미가 나를 냉큼 케이지에 넣고는 집으로 도로 데려왔다.
병원에 다녀오면 한동안은 가족들이 나를 기피한다. 낯선 냄새가 묻어 있기 때문. 혹시나 누가 솜방망이 펀치를 날릴지 모르니, 일단 구석에 숨었다.
그때,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큰엄마 까뮤가 또 사고를 친 것이다. 그녀는 유일하게 제이미가 쓰는 욕실을 화장실로 쓰는 고양이인데, 가끔 다른 곳으로 가서 바닥에 오줌을 싸는 일이 있다. 우리 막내 누나, 루가 까뮤를 잘 괴롭히는데, 간혹 욕실 문 앞을 지키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까뮤가 그런 사고를 치면, 제이미는 까뮤를 안아다가 그 자리로 데려가서 혼내곤 한다. 물론 그 전에 까뮤가 어디론가 숨어버리지만, 나오는 즉시 그렇게 꾸중을 듣게 된다.
오늘도 까뮤가 혼나겠군...이런 생각을 하면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 우악스러운 손길이 나를 붙잡고는 내가 숨어 있던 의자 밑으로부터 환한 거실로 끌어냈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제이미가 유일한데, 대체 왜? 어리둥절해진 나는 끄앙! 하고 울었다.
제이미는 나를 까뮤로 오인하고 끌어낸 것이었다. 고급스러운 클래식 무늬가 이렇게 피해로 다가오다니! 너무 억울했다. 제이미가 껴안고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마음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아끼는 오래된 책장 위로 기어올라갔다. 보통 중간에 발톱으로 한번 매달려서 올라간다는 이유로 제이미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짓이다. 오늘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혼내지 못할 것이다.
책장은 현관 근처에 있다. 거실로 들어가는 통로와 현관 사이에는 문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길 기웃거리면 제이미는 화를 낸다. 결벽증이 있는 그녀는 신발장에는 길에서 묻혀온 먼지가 날아다닐 수 있다는 이유로 문을 꼭 닫아두는데, 우리가 그 근처로 가는 것조차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이미의 신발에 접근할 수가 없다. 신발 매니아인 제이미의 신발장을 습격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지만, 꿈으로만 남을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대리만족 삼아, 신발장으로 가는 문 앞의 책장 위로 기어 올라가곤 하는 것이다. 앤티크라나, 뭐라나 해서 제이미는 내가 그 책장에 발톱을 걸치는 걸 싫어하지만, 오늘은 맛 좀 봐라!
신발장으로 나가는 문은 유리로 되어 있다. 오늘도 나는 책장 위에서, 유리 너머로 비치는 제이미의 신발장을 노려본다. 언젠가는...
그 정도의 소심한 복수를 넘어 바깥 나들이를 결심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불과 며칠 후의 일이었다.
계속
우아. 근래에 본 소설 중에 최고로 흥미진진하닷!
ㄳㄳ 아직까지 사건들 자체는 다 실화임. ㅋㅋㅋ
대문은 숀의 복수 1 이네
사실 숀에 비하면 좀 험악한 그림이야. 화나 보여ㅇ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우!! 넘 재밋고 신선하네요~^^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세상 일이 완전히 달리 해석되네요. 대반전 같아요~^^ 울 냥이들도 가끔 이런 시각으로 바라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ㅎㅎ 글이 미뤄지다 보니 이거 다음 편도 늦네요. ㅎㅎ
힘내, 형.
오오
이건 하단의 제 이름만 색상 바꿔주심 ㄳㄳ
연필로 쓰면 나올만한 색?
밤 ㅋㅋ
서명 색상은 이게 더 멋짐 ㅋㅋ
엇 수정됐네...이게 베스트 ㅇㅇ
감사합니당 ㅎ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
최종 수정 굿 ㅋㅋ
숀!!!!!!!!! 내사랑 숀숀이!!!!ㅎㅎㅎ
숀을 내놓아랑 젬형ㅎㅎㅎ
내놓으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로운 소설인가요? ㅎㅎ
철이 없는 그녀~ 냥이 눈에 철이 없어 보였나봐요!
ㅋㅋㅋ제가 얘네들한테 엄마처럼보다는 조금 더 큰 누나 정도로 행동하는 것 같아서요. 심리는 상상이지만, 아직까지 나온 설정이나 사건들은 다 실화예요. ㅎㅎㅎ
심리는 상상이지만 제이미님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런 상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ㅋㅋㅋ
음...뭐 약간 죄책감이 있긴 하네요. 치킨 먹을 때 접근하는 고양이 있으면 안 돼, 돌아가! 이러면서 즐긴다거나...뭐 그런 행동들을 하는 듯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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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를 기다리며...
ㅎㅎ며칠 내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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